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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30. 2022

사람 냄새 나는 나만의 아지트


음식물 쓰레기봉투 두 묶음만 주세요.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없는데 급하게 필요해서 들린   슈퍼였다. 그때는 봉툿값은  똑같고 원래 비싼 줄 모르고 그냥  슈퍼가 언덕 위에 있어서 비싸게 받는  알았다. 과자도 음료수도  비싸게 받는 줄 알았다.


되도록이면 안 가야지.


근데 언덕 위에 살다 보면  밑에 씨유나 세븐일레븐 혹은  나가서 롯데슈퍼까지 가기 귀찮을 때가 많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가려 했던  슈퍼를 자주 가게 되었다.  슈퍼는 할머님과 사장님인 아드님이 운영하고 계시다. 웬만한   있다.


그러다 입원 대기를 하며 회사를 안 나가고 있던 어는 날, 맥주 딱 한 캔이 당겨서 샀는데 사고 나니 그냥 밖에서 먹고 싶더라. 그래서 사장님께 밖에 걸터앉아서 마셔도 되냐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의자를 내어주시며 편하게 마시고 가라고 하시더라.


인생 이야기도 하고 하소연도 했다가 위로와 조언도 받았다가  들어드리기도 하고 그게   반복되던 어는 ,  맥주   캔이 당겨서 들렀는데 웬걸 카드가 없네? 사장님이  계시고 할머님 혼자 계시길래 혹시 계좌이체를 해도 되는지 여쭤봤는데 계좌이체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냥 마셔. 이 할미가 사주는 거라 생각해.


넉살이 좋은 편이라 ‘진짜요? 진짜 마셔요?’ 하며  자리에서 캔을 따고  모금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리고 다음에 와서  계산하겠다고 했다. 그러지 말라고 하시는  결국 다음에 가서 계산했지만 뭔가 외상을   있는 정도의 특별한 인연이  기분이 들었다.


마시고 있으면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슈퍼가 무슨 상담소도 아닌데 그렇게들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신다. 예를 들면, 딸이 결혼을 안 한다고 해서 속이 썩어간다는 아줌마의 이야기나 아내가 아파서 굿거리까지 했다는 아저씨의 이야기. 그렇고 그런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 그래서 나는 그 사람 냄새 나는 나만의 아지트가 좋아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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