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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20. 2021

우리가 엄마 손을 떠나면서

친구가 독립을 했다. 어머니께서 여러 가지를 신경 쓰시기에 괜찮다고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했다가 섭섭해하시는 얼굴을 보고 그냥 뒀다고 한다. 매달 반찬을 바리바리 싸서 택배로 부치신단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입사를 하고 고모네 서로부터 독립을 하면서 집을 구하고 살림을 꾸릴  엄마가 잠깐 한국에 나왔고 우리는 자주 부딪혔다. 홍콩에   바로 아래층에 퇴폐업소가 있기도 했었고 집에 바퀴벌레가 우글대기도 했었는데  번도 관심이 없던 사람이 이제 와서 안전하고 깨끗한 오피스텔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여러 가지를 신경 썼다. 내가 혼자 사는  처음도 아니고 혼자   벌써 5년이 넘었는데  이러나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내가 홍콩에   관심이 없던  아니라 홍콩을 너무 모르고    있는  없으니 아무 말도  했던 거뿐이다.


오피스텔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하루는 내가 수세미와 같은 잡화를 사서 들어왔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화를 냈다.


너는 왜 엄마한테 더 이상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아?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본인이 평생 살림만 한 프로 살림러인데 왜 엄마한테 어떤 수세미가 좋은지 물어보지 않았냐고 했다. 아니 어차피 쓰다 버리는 건데 수세미가 좋은 게 있고 안 좋은 게 있나 싶었다. 집에 들여놓을 가구를 살 때도 왜 엄마한테 어디서 어떤 걸 사는 게 좋은지 물어보지 않았냐고 했다. 수세미가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는 섭섭해하고 있었다. 나와 동생이 대학 진학 때문에 집을 떠나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살게 되면서 평생 우리가 전부였던 엄마는 우리가 엄마 손을 떠나는 것에 대해 섭섭해하고 있었다. 몰랐다. 정말 몰랐다. 다 떠나고 혼자 남았다고 느낀 걸까? 엄마는 나중에 그랬다. 아주 시원하다가도 섭섭할 때가 문득 있다고. 엄마 도움 없이도 잘 사는 걸 보면 그렇단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진작 헤아리지 못했다.


내가 별것도 아닌 걸 물어봐도 신나서 답해주는 엄마. 나도 이제 그런 대화들이 마냥 좋다. 엄마가 아무것도 답해주지 못한다 해도 난 평생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는 그걸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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