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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19. 2021

노스페이스 패딩에서 구찌 백까지

난 교복을 입어  적이 없다. 내가 다닌 국제 학교에는 교복이 없었다. 아침에  입을지 고르는  귀찮았던 나는 교복이 있었으면 했다. 스스로 다른 친구들과 많이 비교했던 나는 아침에  입을지 고르는  사실 귀찮다 못해 힘들었다.  똑같게 보이는 교복이 나한테는 필요했다.


나와는 달리 친구들은 메이커 옷과 신발이 많았다. 그중에 짭이어도 메이커 옷을 입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게 소문이 났는지 짭을 왜 찐처럼 입고 다니냐고 수군대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도 엄마한테 짭이라도 뭐 없냐고 물었었는데 엄마가 짭도 비싸다고 했다. 웃펐다. 특히 메이커 패딩. 내가 고등학생 때 어떤 메이커 패딩을 입느냐, 그중에서도 얼마짜리를 입느냐로 은근히 계급이 나뉘었다. 그때 더 좋은 걸 사달라고 조르는 학생들 때문에 부모님들이 많이 힘드셨을거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는 집 언니가 입었던 별로 좋지도 않은 메이커 패딩을 물려받아 입었던 나도 엄마한테 좋은 걸 사달라고 엄청 졸랐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나 때와는 수준이 달라져 100만 원이 넘는 명품 패딩 정도는 입어야 있는 집 축에 낄 수 있나 보다.


물론 시간이 지났으니 나도 이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때는 그런 것들이 그렇게 부러웠나 모르겠다. 패딩은 따뜻하면 그만이고 비싼 건 그냥 메이커 값일 뿐인데.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명품 백을 여러 개 가지고 있던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지금도 명품 백의 수가 계속 늘어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이번 연초에 상여금이며 연말 정산금이며 여러 가지로 처음 목돈이 좀 생겨서 나도 명품 백을 한 번 사보려고 했다. 사고 싶었던 것들 몇 개를 직접 매장에 방문해 들어도 봤다. 돈이 생기면 꼭 그거 하나는 사리라 벼르고 있었고 돈이 생기면 바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 못 샀다. 굶고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데 써야 할 돈도 아니었는데 막상 몇백을 긁으려니 대체 밥을 몇 끼를 먹을 수 있는 돈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 저축했다. 그런 것들도 사 본 사람이 사는 거지 쉬운 게 아니었다.


더 넓은 세상에는 노스페이스 패딩, 구찌 백 없이도 잘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내가 없는 거만 쫓으면 그거 하나만 보이기 마련이다. 말처럼 쉽진 않지만 가진 걸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고 싶다. 뭐 언젠간 나도 날 위해 명품 백을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벌벌 떨며 살 수도 있고. 그런데 안사고 싶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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