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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23. 2022

6키로의 ENG 방송 카메라와 싸우기

전에도 말했듯이 최근까지도 출입처를 뺀 열일곱 명의 정규직 중에 열 명의 정규직들이 ENG 없이 취재를 나갔고 다섯 명의 정규직들이 오디오맨 없이 취재를 나갔다. 나는 원래 둘 다에 포함됐는데 장비 들고 다니는데 체력을 다 쓰기도 했다. 카메라, 트라이, 오디오 가방, 노트북, 필요할 때는 백팩, 게다스까지 혼자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체력이 남아있어도 현장에서 제대로 취재하기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다가 두 달 전 나한테도 드디어 오디오맨이 생겼다. ENG는 없지만 오디오맨이 생긴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카메라를 제외한 다른 장비를 들어주고, 화이트 밸런스 카드를 들어주고, 와이어리스를 들어주고 이 외에도 내가 취재를 할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으니 말이다.


오디오맨도 생겼겠다 휴가자나 야근자, 야퇴자 선배들의 ENG도 현장에서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힘이 세지 않다. 사무실에서 연습을 해봤는데 ENG는 내가 평소에 쓰는 6미리보다 당연히 훨씬 더 무거웠다. 카메라를 트라이포드에 올리는 것도, 내리는 것도, 카메라가 고정된 상태에서 트라이포드까지 통째로 어깨에 올리는 것도, 핸드헬드를 하기 위해 카메라를 어깨에 올리는 것도 다 버거웠다.


저거 안 무거워? 무거울텐데... 언니 대단하다...


악으로 깡으로 카메라를 트라이포드에 올렸다가 내렸다가 계속 반복해서 연습했다. 어는 날은 됐고 또 오랜만에 할 때는 안됐다. 후배들도 쉽게, 쉽게 하는데 나는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하니까 현장에서 써보고 싶어도 가지고 나갈 수가 없었다. 카메라가 고정된 상태에서 트라이포드까지 통째로 어깨에 올리는 것과 핸드헬드를 하기 위에 카메라를 어깨에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어깨에 올리면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촬영기자가 어떤 카메라를 쓰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방송용 카메라인 ENG를 쓸 수 있는데 안 쓰는 것과 쓸 줄 몰라 못 쓰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다. 머리를 써서 쿠팡에서 스펀지를 사서 나만의 어깨 받침대를 만들었다. 내게 아니라 꼈다 뺏다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훨씬 들기 수월했다.


항상 쓰는 카메라가 아니기 때문에 노출에 대한 감도 오지 않아서 평근 때 낮에도 야근 때 밤에도 찍어보고 했다.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있을 만큼은  된다. 그래서   움직이게 되고  움직이면 좋은 그림을 찍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문제가 있으면  악물고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쿠팡에서 스펀지를 사면서 아령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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