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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Feb 07. 2023

택시 아저씨


택시 아저씨께서 말을 거시면 나는 들어드리는 편이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해주실 때가 있다.


아가씨는 이미 누군가를 돕고 있어. 나도 마찬가지고. 자부심을 가져.


우리는 우리가 각자 본인을 위해 아니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산다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남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어떤 직업을 가졌던 우리는 모두 잘 모르는 남을 위해 산다. 디자이너는 잘 모르는 남을 위해 옷과 신발은 만들고 환경미화원은 잘 모르는 남을 위해 쓰레기를 치우고 농부는 잘 모르는 남을 위해 쌀과 채소를 기른다. 우리는 인식을 못 할지언정 모두가 남을 위해 살아야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는 일이 더럽게 지겹고 짜증 나도 분명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자부심은 기쁨, 즐거움, 마음과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처음에야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겠지만 분명 그런 시기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더럽게 지겹고 짜증 나도 의미를 찾고 되새긴다면 우리는 기쁨, 즐거움, 마음과 몸의 건강을 유지하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차피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게 인생이라면 내가 나를 위해 좋게 생각하고 믿어줄 수는 없을까? 지겹고 짜증 나서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똑같을 것이다. 이직, 전직 요즘에는 쉽게들 한다.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더 큰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이유 없이 그냥 하기 싫은 날은 또 올 것이다. 그렇게 반복될 테고 더 이상 이직, 전직을 쉽게 할 수 없는 나이가 될 것이다.


누구든 마음에 사표 하나씩은 품고 산다고 가정했을 때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의미를 찾고 되새기는 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나도 의욕 없이 꾸역꾸역 하고 있는 일을 조금은 기쁘고 즐겁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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