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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10. 2023

미친년일지언정 피해는 주지 말자.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첫 입원 때 만난 고양이 언니가 나보고 잠입 취재하는 거 아니냐고 MP3가 도청장치 같다고 해서 기분이 별로라고 했었다. 그런데 사실 더 많은 일이 있었다. 스트레스 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언니는 내 MP3를 뺏어서 녹음 기능으로 녹음한 거 아니냐고 확인하려고 하기도, MP3를 걷어가서 없는 밤에도 내 침대 옆에 와서 뒤지고 있고 그랬다. 그러다 내 침대에 올라오려고까지 했다.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도 상태가 안 좋으니까 미친년 아니냐고 울고불고 그랬다. 아프면서 기자라는 타이틀이 힘겨웠다. 그래서 ’내가 기자라서 치료하러 온 병원에서조차도 이래야 하나‘ 서러웠다. 나도 상처를 받았다. 나를 해칠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엊그제 밤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 단어가 그 안에서 쓸 단어는 아니라면서 본인이 아직도 그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사과를 하라는 식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병원 친구들한테 SOS를 쳤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기가 애매하다. 이야기를 듣고는 친구 한 명이 그랬다.


미친년 짓거리를 하니까 미친년이라 하지. 아무리 우리도 다 미쳐서 들어간 거라 쳐도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잖아. 자기가 피해준 건 생각 안 한데?


맞다. 우리는 다 미쳐서 들어간 거라 쳐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다. 사실 나는 연락을 받고 순간 두려웠다. 내가 사람한테 상처를 줬구나. 나도 상처를 받았으면서 나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사람에게 나는 내가 상처받은 것보다 미안한 게 먼저였다. 갑자기 내가 싫었다. 왜 나는 바보같이 그 사람에게 잠깐이라도 미안했을까? 왜 그게 먼저였을까? 나는? 도대체 나에게 나는 뭘까?


나는 결국 언니를 차단하기로 했다. 사과를 받고 싶었으면 언니부터 했어야지. 나도 이제 독해지련다. 나 건들면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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