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서의 성추행

by 초이


기록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에게 지금 힘이 남아있지도 않으니. 하지만 짧게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기록해 보려 한다.


관저 앞 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서 기자들이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얼마나 쌍욕을 듣고 있는지는 말해야 입 아프다. 분풀이 대상이라도 돼야 하는 마냥 우리는 그렇게 해명도 제대로 못해보고 분풀이 대상이 된다. 영상기자들을 툭툭 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툭툭 치는 정도가 아니라 퍽퍽 때리는 아줌마들과 아저씨들이 에워싸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그 와중에 한 60대 추정 아저씨가 내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정말 처음으로 이 일이 하기 싫어졌다. 사실 그 순간에는 ‘ㅈ됐다. 빨리 벗어나자.’ 이 생각뿐이었다. 나중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그런 일을 당한 것, 내가 여자라서 쉽게 그런 일의 타깃이 되는 것, 내가 그런 일에 맞서지 못한 것, 모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도 괜찮지 않고, 아니 오히려 며칠이 지난 지금 더 외롭고 슬프다.


영상기자들은 보도의 정확성을 추구한다. 영상기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도의 객관성, 보편타당성, 형평성을 견지한다. 의견이 양분되어 있는 쟁점에 관한 취재에는 쌍방의 의견을 대변한다. 특정한 주장을 입증하거나 특정한 정보에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영상을 구성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특정한 사실을 생략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특정한 의견이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영상을 구성하지 않는다.


어느 방송사의 어느 기자도 폭언, 폭행, 성추행을 당할 이유가 없다. 사실은 사실일 뿐인데 본인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져 사실이 눈에 안 보이고, 귀에 안 들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는 썅년이 아니다. 그냥 잠자코 가만히 있지만 나는 썅년이 아니다. 사람처럼 대접받고 싶으면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괴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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