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앞 탄핵 찬반 집회에서의 성희롱

by 초이


대부분의 집회 현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린다. 최근 기록했던 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서의 성추행. 탄핵 찬반 집회 현장을 포함한 모든 집회 현장에서 무슨 일을 당해도 가해자를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신고, 고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도 신고, 고소를 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구치소 앞 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서 나는 성추행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더 수치스러웠던 성희롱을 당했다. 기자연결 밑그림으로 집회 그림이 필요했고 종편 타사는 집회 그림은 필요 없다는 말에 혼자 집회 그림을 멀리서라도 촬영하려고 취재진과 떨어졌는데 경찰이 설치해 둔 펜스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나 한 60대 추정 아저씨가 '개보지년', '창년'과 같은 성적인 욕설을 15분 정도 지속적으로 했다. 주변이 시끄러웠는데도 다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성적인 욕설을 했다. 주변에는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에는 다른 집회자들도 수십 명 있었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성적인 욕설을 하면서 위협을 했다. 내 신체 부위를 몰래 만지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웠다. '미친년’, ‘시발년', '썅년'과 같은 욕설은 너무 많이 들어 아무렇지도 않지만 '개보지년', '창년'과 같은 성적인 욕설이 주는 굴욕감과 모욕감은 차원이 달랐다. 일을 할 수 없었다.


가해자를 특정해야 신고든 고소든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들어 찍는 순간 그 아저씨는 슬금슬금 도망갔다. 도망가는 모습뿐이지만 그래도 그 아저씨를 찍었다. 회사에 신고, 고소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고 회사는 그렇게 하자고 하셨다. 변호사를 만났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하셨다. 단지 내가 시간, 감정, 체력 낭비가 될 수도 있는 이 일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고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개인적 고민을 끝내지 못해 아직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다.


사실 2차 가해가 두렵다. 나 같은 경우 기자이기에 이 일이 기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랬을 때에 나야말로 특정되기 쉬운 인물이며 나를 특정해 2차 가해를 가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충분히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특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무분별한 악성 댓글들이 두렵다.


심지어 법도 피해자 편이 아니다. 구멍이 많다. 그래서 싸워내야 하는 부분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말에는 책임이라는 게 따른다는 것을 그 아저씨가 알게 되길 바란다. 끝까지 알게 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아저씨가 조금이라도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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