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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수 Oct 12. 2022

원자탄

사이가 좋지 않던 모 집사 부부. 

어느 주일 남편 혼자 저녁 예배를 갔다 오더니 갑자기 상냥하게 말하고 어깨를 주무르고 친절하게 잘해주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진 부인은 다음 날 아침 아마도 목사님의 설교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확신하고 비싼 과일 바구니를 사서 들고 목사님을 찾아갔다.

“목사님, 고마워요. 어제 저녁 설교 참 좋았다죠? ‘아내를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설교였나요?” 그러자 목사님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대답했다. “아닌데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설교였는데요.”   

  

1945년 광복과 함께 한국은 소련의 공산화 음모에 의해 남과 북이 좌익과 우익으로 분열되어 남북을 통합하는 정부 수립에 어려움을 겪자, 남한에서는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것에 반대하는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이승만 정부는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군인들을 제주도에 파견하려고 하였으나 군인들이 출동을 거부하고 여수와 순천을 장악하여 친일파 처벌과 남북통일을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많은 우익 인사들이 반란군에 의해 살해당하였다. 이것이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단독정부의 수립을 둘러싸고 좌우의 대립으로 빚어진 여순 사건이다.       

 

손양원 목사는 일제 강점기 때, 전도사로서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옥에 갇히고, 애양원이라는 한센병 환자 시설에서 봉사하였다. 해방 후에 옥에서 나온 후로도 목사로서 계속 애양원에서 봉사했다. 

그런데, 두 아들이 여순사건 때, 공산주의자인 안재선에게 죽임을 당하는 큰 화를 겪었다. 동시에 두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여순 사건이 진압되고 안재선은 진압군들에 의해 처형될 운명에 처하였다. 


그러나,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두 아들을 잃은 손양원 목사가 안재선을 양아들로 삼는다고 하고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결국, 안재선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손양원 목사의 양아들이 되었다. 안재선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신학을 공부하였고 그의 친부모도 신앙을 갖게 되었다. 

손양원 목사의 생애는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책으로 나왔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손양원 목사의 이해할 수 없는 용서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는 독립운동가 김구와의 인연으로 김구가 세우려고 했던 학교의 교장으로 추천을 받았으나 한센병 환자들을 두고 갈 수 없다며 거절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봉사의 대상으로 삼고 끝까지 이어간 것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들을 살해한 공산주의자를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아 처형을 막은 것도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사랑은 아가페 사랑으로서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사랑을 뛰어넘는다. 

헬레니즘의 전 세계적인 확장으로 탄생한 헬라어는 사랑의 여러 형태를 나타내었다. ‘에로스’(남녀간 육정적이고 성적인 사랑), ‘필리아’(친구간의 사랑, 우정이나 우애), ‘스트로게’(가족 간 사랑, 부모 자식간 사랑. 특히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아가페’(하나님의 거룩한 사랑) 등이다.      

손양원 목사의 사랑은 아가페 사랑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바탕이 되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아들을 지상에 보내 십자가에서 희생시킨 사랑. 

  

”7번뿐만이 아니라 77번까지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는 예수의 사랑이다. 손양원 목사의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랑이었다.

고귀한 사랑은 희생과 봉사를 필요로 한다. 

예수의 생애를 따라 평생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 봉사를 한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와 그 뒤를 이은 딸 슈바이처 밀러, 선교사의 도움으로 이화학당에서 공부하던 중 일제 제국주의에 저항하여 순국한 유관순 열사, 자신보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희생한 안중근 열사 등의 목숨을 거는 희생에서부터 작은 손해의 감수까지 누군가를, 혹은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소중한 것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1875년 미국 남장로 교 소속 선교사인 유진벨이 한국에 와서 주로 의료 봉사를 하면서 4개의 학교를 설립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現 제중병원)을 설립하는  등 한국에서 30년간 봉사를 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아내도 33세의 나이에 남편을 따라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딸인 샬롯 벨이 성장하여 다시 한국에 남편인 윌리엄 린튼과 함께 선교사로 파송되어 한남대학교의 전신인 대전대학교를 세우는 등 여러 학교를 세우고 선교를 하였다. 

윌리엄 린튼의 셋째 아들인 휴 린튼은 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에 와서 200여 곳의 교회를 세우고 결핵 진료소와 요양원을 설립하고 35년간 한국의 결핵 퇴치를 위해서 봉사하다가 1994년 은퇴하였다.

그 이후, 그의 아들인 스티브 린튼이 이번에는 북한 선교를 위하여 북한에 식량 보내기 운동을 하고 앰블런스를 보내고 한국에서 북한의 결핵 퇴치 운동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1995년 유진벨 재단을 설립하여 지속적으로 북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사랑의 유산이 4대를 거치면서 희생과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린턴은 한 인터뷰에서 “자식을 위한 사랑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본능이다. 동물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선택이고 감정이 아닌 행동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랑받기 힘든 사람도 사랑하는 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이다. 여기에 소개한 사랑의 예화들은 하나님의 사랑이 바탕이 되어 하나님을 사랑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의 죄를 용서한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면 우리에게도 그 사랑이 들어온다고 한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임을 말한다. 

하나님이 직접 돌판에 새기신 십계명에도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먼저이고 그다음에 사람을 사랑하라고 순서를 정해주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먼저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원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게 하고 있을지라도 인격적인 절제와 인내는 번민과 고통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 순수한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은 무엇인가? 돈과 물질, 지위 등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아닌가? 술, 도박, 미디어, 스포츠, 돈, 지위 등이 사람 사랑보다 우선인 사람이 있다. 

성경에서는 신처럼 숭배하는 물건이나 사람을 우상(偶像)이라고 하여 가장 경계한다. 사람도 인간적으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넘어서서 숭배하면 독재자를 낳는다.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절대 복종의 상하 관계를 만들어 사랑이 아닌 ‘추종’을 낳는다.

신이 나를 구하기 위해 인간이 되고 온갖 고초와 조롱을 이겨내고 목숨을 바친 사랑을 이해해야 비로소 그 사랑이 넘쳐흘러 내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같이 하나님을 사랑하면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원수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잘 알려진 다음 구절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자.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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