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공부 두 마리 토깽이
한국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안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운동할 시간도 부족한데 공부를 어떻게 해?'
'어차피 운동할 건데 공부가 뭐가 중요해?'
반대로 일반 학생들은 운동을 지극히도 안 한다. 남자들은 축구라도 하지만 여자들은 체육시간은 대충 등나무 밑에서 시간 때우면서 잡담하는 시간이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 동기 중에 골프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간 친구가 있다. 당연히 골프를 매우 잘 쳤다. 하지만 공부도 매우 잘했다. 같이 대학원 다닐 때 올 A, 학점은 4.0에 가까웠다. 대학교 때 같은 과 남자애는 대학교 미식축구팀에 있었다. 선수 생활중에 부상을 당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점이 4.0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신기했다. 나는 운동을 특기로 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는 운동을 잘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 많았다.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꽤 있다. 아까 말한 회사 동기는 지금 대형 회계법인에서 파트너가 (제일 높은 직급) 됐다.
미국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남녀 할 것 없이 어릴 때 운동을 배우고 팀에서 선수를 뛰었던 사람들이 꽤 있다. 여자들도 어릴 때부터 축구, 육상, 농구팀에서 운동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여자들도 체력이 진짜 좋다. 친한 지인도 여잔데 체력이 엄청 좋다. 중, 고등학교 때 농구선수, 러닝을 했다고 한다.
미국 사람들은 중, 고등학교 때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본격적인 공부는 대학교 때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미국 중, 고등학교의 교육은 한국의 교육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지지만 대학교 교육의 질은 월등히 높다.
건강, 체력
운동했던 사람들은 일단 체력이 좋다. 일도 나중에는 체력전이다. 특히 일이 많을 때는.. 홍콩에서 우리 팀 헤드는 홍콩에 있는 시간은 절반밖에 안되고 아시아 국가들을 돌아다니면서 고객사와 해외지사 사람들과 미팅을 했다. 미국도 일 년에 5,6번은 갔다. 미국에 2박 3일 갔다 오고, 공항에서 바로 회사로 출근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다니면서도 일도 어찌나 잘하고 사람은 어찌나 나이스 하던지. 나는 홍콩에서 일할 때 한국에 한 달에 한번 출장 왔다 갔다 하는게 힘에 부쳤다. 얼굴에 트러블 나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타투 수준이었다. 그때 느꼈다. 체력이...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열의가 있으면 뭐하나, 몸이 받쳐주질 않는 것을.. 일을 잘하고 싶으면 가장 관리해야 하는 것은 건강, 체력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너무 많지만 나중을 기약하겠다.
자신감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가?
내가 무언가를 잘할 때 자신감이 생긴다. 건강한 신체와 좋은 체력에서도 자신감이 나온다. 나의 건강이나 체력이 좋지 않다면 일단 위축이 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망설이게 된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특히 한번 아팠던 사람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선뜻 무슨 일을 벌인다는게 쉽지 않다.
승부욕
운동했던 사람들은 승부욕이 강하다. 지기 싫어한다. '가끔은 뭐 이런 것까지 승부욕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승부욕이 있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목표 설정을 하고 남들보다 꾸준히, 성실히, 끈질기게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승부욕은 운동경기를 하면서 더 길러지는 것 같다.
팀플레이
운동했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잘하기도 한다. 특히 단체 경기를 하는 운동의 경우에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니까 남들과 같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면서 경기를 진행해야 우승 확률이 높아진다. 우승하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우승하지 못하면 서로 독려해주고 다음을 기약한다. 대학교를 지원하거나 취업을 할 때도, 팀 플레이에 대한 질문은 꼭 있다. 그만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과 같이 협업하는 일이 많고 팀플레이는 중요하다는 얘기다.
운동선수의 공부 얘기로 시작해서 결국 운동 얘기로 마무리가 됐다.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에 하나가 어릴 때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은 수학, 영어만큼 아니 그보다 더 더 더 중요하다. 특히 어릴 때 키워놓은 체력은 어른되서는 따라가기 어렵다. 대학교 가서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나가면 그때부터는 진짜 정글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데, 체력이 아주 큰 몫을 한다. 특히 딸을 둔 부모라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한 가지가 운동시키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들과 사회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자주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낀다. (나는 백인 남자들과 경쟁했으니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아이의 가능성을 더 키워주고 싶다면 운동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