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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 Bo Oct 11. 2022

영어에 대한 미신들

Attitude - 영어를 대하는 태도 

1. 미국에 가면 저절로 영어를 잘한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영어에 관한 가장 큰 미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도 미국 가기 전까지는 미국에 도착하기만 하면 1년 안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게 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교환학생을 갔었다. 하지만 웬걸? 1년이 지나도 영어회화만 조금 늘었을 뿐이었다. 아직 영어는 멀었다.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미국에 더 있게 됐고, 그렇게 1년이 2년이 되고, 2년이 3년이 되어, 어느덧 10년이 넘어버렸다. 


미국에 간다고 절대 저절로 영어가 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무슨 말일까? 본인이 한국에 있어서 영어를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핑계다. 미국에 가기만 하면 영어를 잘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나는 미국에서 영어를 쓰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중학교 때 미국에 가서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지만 한국어, 영어 둘 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 (물론, 완벽이란 주관적인 기준이다..). 반면, 아주 어릴 때 미국에 이민을 갔는데 한국어,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까지 듣고, 말하고, 쓰는 능력까지 거의 완벽한 친구도 있다. 그 친구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미국에 같이 유학 온 언니는 오자마자 미국인들과 고급 어휘로 막힘없이 대화를 했다. 한국에서 영어책을 엄청 많이 읽었고 교환학생 오기 전에는 영어권 국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LA에는 코리아 타운에 살면서 거기에 10년, 20년을 넘게 살았어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계속 한국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한국어만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어른이 돼서 가족들과 투자 이민을 간 1세대 한국인들이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공부를 따로 하지 않으면 그냥 일할 때 쓰는 아주 단순한 영어표현 외에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를 간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저절로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영어실력을 결정한다. 미국에 가면 영어공부하기 좋은 환경인 것은 확실하다. 관건은 누가 그 환경을 잘 이용해서 영. 어. 공. 부. 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다. 내가 진짜 맘먹고 1년 동안 영어 공부를 미국에서 열심히 한다고 하면 그 사람의 영어실력은 일취월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이 너무 좋지 않은가? 따로 외국은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주위에 외국인이 널렸다. 예전엔 나 한국에서 왔어. 이러면 "북한, 남한?" 이런 무식한 질문을 받는 것은 거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k-pop 등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그런 무식한 질문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제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어학연수를 가지 말기를. 본인이 돈이 여유가 있고 그냥 문화를 배우러, 즐기러, 쉬러 가는 것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가도 괜찮겠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조금은 아니면 많이 무리해서 가는 것이고 가서 영어를 가급적이면 최대한 많이 배워오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을 귀담아들으면 좋겠다.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영어공부에 대한 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가기를 바란다. 1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이다. 


2. 모두가 같은 속도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언어 습득 능력은 개인차가 심하다. 


누구든 어릴수록 언어 습득 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같은 나이여도 개인의 언어 습득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수학, 과학적 사고가 뛰어나며, 누구는 미술적인 감각이 있고, 누구는 언어를 배우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영어를 1-2년 안에 유창하게 한다고 해서 기죽지 말자. 그 사람은 몇 안 되는 뛰어난 언어 습득 능력을 타고난 것이다. 부럽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나에게 집중하자. 


미국에 있을 때, 가족 단위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식 걱정이 태산이다. 같은 반 다른 한국 아이가 비슷한 시기에 왔는데 본인의 아이보다 영어를 잘하는데 우리 아이가 많이 더딘 것 같다고. 한숨에 땅이 꺼질 지경이었다. '괜찮다. 어차피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오래 다니다 보면 영어는 저절로 잘하게 될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언어 능력은 제각각이다. 누구는 더 빠르게 언어를 습득하고, 누구는 그 속도가 더디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같은 교육을 받아도 개인차가 크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러므로 남들과 절대 비교하지 말기를... 나 자신의 능력치를 인정하고, 목표를 설정해서 성실하게 노력하면, 영어는 반드시 는다. 


우리나라는 남들과 비교하는 문화가 미국보다 더 심하다. 물론 외국도 남들과 비교하지만, 우리나라는 좀 유별나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누구는 어땠다더라, 누구는 뭘 했다더라, 이런 얘기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랐다. 듣기 싫으면서 어릴 때부터 듣다 보니 나도 쇠뇌가 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남들보다 조금 뒤처지면 엄청 조바심을 냈고 불안해했다. 내가 나 자신을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지도 몰랐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미국에 갔을 때 알았다. 미국은 인종도 다양하고 사는 방식도 다양하다. 그래서 남들과 비교하는 게 좀 덜 한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편했다. 회사에서도 나를 동기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할 것을 내 속도로 하면 되는 거였다. 어차피 미국인들과 나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1-2년 안에 할 것을 내가 2-3년 만에 달성하면 어떤가? 내가 더 늦게 도달한다고 해서 결코 열등하고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타고난 부족한 능력으로 같은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 성실하고, 더 동기부여가 된 사람이며, 더 힘들게 성취했기 때문에 소중함을 알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남을 보지 말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길 바란다. 


3. 발음이 좋으면 영어를 잘하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 사촌언니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막 돌아왔다. 언니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미국에서 보냈고, 영어를 원어민처럼 했으며, 그녀의 영어 발음은 완벽했다. 멋졌다. 나한테 girl 발음을 해보라고 시켰고, 나는 r 발음이 되지 않아서 낑낑대면서 며칠을 엄청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 발음이 곧 영어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에도 연예인 누구의 영어발음이 어쩌고 하면서 평가하는 영상들이 엄청 많다. 극단적으로는 내 아이의 r 발음을 위해서 아이의 혀를 어떻게 수술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발음이 안 좋으면, 영어 하는 것을 꺼리거나 소심하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영어 발음이 좋으면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발음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내가 r 발음이 미국인처럼 안된다고 해서 이번 생에는 영어를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영어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내가 미국인처럼 발음이 안된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영어는 미국인만 쓰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미국 사람 하고만 소통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영어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인도 등에서 쓰이고 발음, 억양 다 천차만별이다. 웃기게도 유럽에서 미국식 영어를 쓰면 좀 멋있게 보고, 미국에서 영국식 영어를 쓰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인도 영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발음과 억양은 더 미국인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회사에서 만났던 인도 사람들은 어찌나 자신감이 넘치는지, 콘퍼런스에서도 미국인들보다 손들고 발표를 더 많이 한다. 


미국 안에서도 북부, 서부, 남부, 동부, 중부 억양이 다 다르다. 또한 호주, 영국, 영국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억양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단어도 미국 영어와는 다른 부분이 꽤 있다. 일을 시작하고 미국 영어는 이해 못 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억양이 강한 호주 사람이 고객으로 배정되고, 처음 미팅 때 절반은 못 알아들은 것 같다. 외국인이 서울말 배우고 전라도 사투리 못 알아듣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한국사람들은 웬만한 사투리는 대부분 알아듣는다. 이 말은 곧, 많은 수의 미국인들도 귀신같이 특이한 억양, 발음을 알아듣더라는 것이다. 


영어를 성인이 돼서 배우면 당연히 미국인처럼 혀가 꼬부라지는 게 힘들 것이다. 괜찮다. 발음이 안 된다면 영어 억양을 유심히 듣고, 발음이 아닌 억양을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보자. 그리고 굳이 어려운 표현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처음엔 나의 생각을 쉬운 단어로 표현해 보는 것부터 연습해 보자. 우리의 목적은 소통이다. 내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면, 내 발음이 좋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한국인 회계법인 파트너의 영어는 한국 억양이 구수하게 배어있다. 그렇지만 본인의 생각을 간결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미국인들은 모두 그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한국 억양이 있는 것이 뭐가 대수란 말인가. 처음엔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할 때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어있다. 


한국지사에 와서 일할 때 느낀 게 있다. 한국사람들이 나보다 영어단어, 표현을 더 쓴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는 최대한 한국단어들을 써서 얘기하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거의 모든 문장에 영어 단어를 넣어서 얘기한다. '굳이 저 단어를 영어단어로 얘기해야 되나?' 싶은 것들도 많다. 그래서 주위에 물어봤더니 영어를 섞어서 말하면 한국에서는 더 있어 보여서 그런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영어는 잘 못한다. 웃기는 일이다. 


미국식 발음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기죽지 말자. 유럽 사람들과 일할 때 독특한 억양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절대 기죽지 않는다. 왜? 외국어니깐. 우리도 소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영어를 배우지만, 미국식 r 발음이 안된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다. "제2 외국어를 이렇게 잘하는데"라는 생각을 갖고, 자신감을 갖고 하자.  


영어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감은 실력이 받쳐줬을 때 나온다. 그러므로, 영어 공부로 실력을 닦고, 내 발음에 한국 억양이 배어 있어도 자신감을 갖고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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