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커피 이야기(2)

전쟁의 아픔을 딛고, 다시 피어오른 깊은 커피의 향

by TERAROSA 이윤선


2000년에 시작하여 2006년에 마무리된 PEARL 프로젝트는, 폐허가 된 르완다에 다시 씨앗을 뿌렸던 하나의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는, 커피 산업이 스스로 서기엔 너무도 버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커피로 르완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려는 노력이 USAID (United States Aid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와 여러 NGO 단체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것이 바로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두 번째 프로젝트인 <SPREAD 프로젝트>입니다.




르완다 커피가
세계의 시험대에 올랐을 때.


SPREAD 프로젝트의 정식명칭은 ‘Sustaining Partnership to Enhance Rural Enterprises and Agribusiness Development’입니다. 조금 길지만, 그 안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었죠.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통해,
농업을 르완다 전역으로 확장하자.

0_IMG_7911.png Ⓒ Yunseon Lee


이번에는 단지 커피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 커피가 농업 전반의 기반이 되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2008년 아프리카 최초의 Cup of Excellence(CoE) 대회였습니다.

스크린샷 2025-06-18 오후 9.56.09.png 출처: https://cupofexcellence.org/


Cup of Excellence(CoE)는 단순한 커피 대회가 아닙니다.
매년 수천 개의 커피가 이 대회를 통해 심사를 받고, 그중 극소수만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최고의 커피’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선정된 커피는 글로벌 온라인 경매를 통해 프리미엄 가격에 판매되며, 그 수익의 대부분은 다시 그 커피를 길러낸 농부들에게 돌아갑니다. 이 대회는 단순히 수상 여부를 가리는 행사가 아니라, 농부들이 자신의 노력과 정성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무대이기도 합니다.

0_IMG_7907.png Ⓒ Yunseon Lee


르완다가 이 대회를 개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2년에 걸친 커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커퍼들이 양성되었고, 이들은 스스로 커피의 향미를 분석하고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르완다는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요구하는 ‘절대적 품질’에 대한 인식을 르완다 산지 내에서도 확실하게 정립하게 됩니다.

0_IMG_7910.png Ⓒ Yunseon Lee

르완다가 치른 첫 세계적인 시험은 어땠을까요?

2008년 첫 CoE 대회에서 총 24개의 농장의 커피가 수상했고, 1위 커피는 파운드당 18달러라는 놀라운 가격에 낙찰됩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고, 르완다 커피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마헴베에서 시작된 소중한 인연


2010년, 테라로사는 'SPREAD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르완다를 방문했습니다. 그 해 CoE 대회에서 4위를

수상한 마헴베(Mahembe) 조합의 커피를 테라로사가 경매를 통해 낙찰받게 되었죠. 이것이 테라로사와 르완다, 그리고 마헴베의 첫 만남이었고 2025년 현재까지도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는 단지 커피를 사고파는 거래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쌓아가며 만들어낸 하나의 약속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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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_IMG_8004.png Ⓒ Yunseon Lee

SPREAD 프로젝트는 2006년에 시작되어 2011년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르완다 CoE 대회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그 무대 위에서 르완다 커피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죠. 하지만 그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5년을 끝으로 CoE 대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고, 그 이후 르완다 커피를 소개할 뚜렷한 창구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게다가 르완다의 산업 구조도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농업보다는 IT나 항공 산업 같은 분야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커피는 점점 더 뒷자리에 머물게 되었죠. 게다가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가장 먼저, 땅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다가옵니다. 해마다 조금씩 더 버거워지는 계절 앞에서, 농부들은 묵묵히 커피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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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아주 특별한 작물입니다.

정해진 기후와 땅에서만 자라지만, 그 한 잔은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방식으로 내려지고, 비슷한 방식으로 마십니다.


그래서 커피는 더 어렵습니다.

산지와 소비지, 어느 한쪽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년, 산지는 여전히 커피를 키워냅니다. 하지만 사줄 사람이 없다면, 그 수확은 마치 전해지지 못한 편지처럼 머물 뿐이죠.


소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정성껏 키워내지 않았다면, 우리가 매일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늘 당신이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농부와 로스터, 바리스타까지 이 거대한 '커피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다음 편은 테라로사가 마헴베와 15년을 함께 하는 동안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다음 편에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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