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커피의 뿌리와 경작방식
2008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리는 매년 에티오피아 커피를 수입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원산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산지에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에티오피아만의 맛과 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맛은 재스민 꽃 향기와 닮아 있습니다. 짙고 달콤한 꽃내음 위로, 오렌지와 귤, 레몬에서 느껴지는 상큼한 신맛이 겹겹이 쌓입니다. 거기에 커피 본연의 깊은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며, 다채로운 향이 어우러져 그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에티오피아에서만 가질 수 있는 풍미를 가집니다.
이 맛과 향이 어디서 오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커피의 품종 때문인지, 아니면 ‘떼루아’라 불리는 에티오피아 특유의 지형과 기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에티오피아 커피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독창성은 수출 시장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나라에서는 생산된 커피의 약 25%가 자국에서 소비됩니다. 전 세계 커피 산지 중 소비지와 생산지가 이렇게 강하게 맞닿아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커피 재배와 음용의 시작이 에티오피아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삶의 방식이자, 하루를 열고 마무리하는 의례이며, 공동체를 묶어주는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어느 마을에 가더라도, 커피가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흔히들 소비지에서 명명하는 에티오피아인들의 <커피 세리머니>는 어디서든 서너 명 이상이 모이면, 자연스레 시작되는 의식입니다. 생두를 씻는 것에서부터 볶고, 분쇄하고, 추출해 커피 잔에 담기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하는 이 의식이 시작되어 향긋한 연기가 피어오르면 이웃들이 모여들고, 잔이 돌려질 때마다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최근 들어 에스프레소 문화가 전파되면서 세리머니가 간소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를 삶 속 깊숙이 받아들인 방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입니다.
이런 문화적 토대 위에서 에티오피아는 지금도 커피의 원형을 가장 가까이 간직한 땅으로 불립니다. 실제로 목동 칼디가 처음 커피를 발견했다는 기원 신화 역시, 이곳의 산지를 직접 찾아가 보면 그리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여전히 ‘커피를 경작한다’기보다, 숲과 마을 주변에 자라난 커피나무에서 체리를 채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곳의 커피 생산자들을 흔히 부르는 ‘농부(farmer)’라는 개념은, 땅을 소유한 경작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커피나무를 소유한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맥락 속에서 에티오피아의 커피 경작은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분류됩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재배 방식은 다른 산지와 비교했을 때 독특하게 분류됩니다. 그 첫 번째가 ‘가든 커피(Garden Coffee)’입니다. 말 그대로 가정의 ‘정원(garden)’에서 자라는 커피로, 농가 한쪽에 있는 커피나무 몇 그루가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밭을 따로 만들기도 하고 집 주변에 울타리를 치듯이 커피나무를 심기도 합니다. 1헥타르 당 1000그루에서 1800그루 정도의 커피를 심는데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넓게 심고 남는 공간에 바나나 나무나 아보카도 등의 과일나무와 채소 등을 함께 심습니다.
시다모(Sidamo) 지방을 비롯한 게데오(Gedeo), 남북 오르모 지역(South and North Omo), 하라게(Hararghe), 올레가(Wollega), 동, 서 구라지(Gurage Zones) 지역 등 주로 에티오피아 남쪽과 동쪽에서 지역에서 주로 생산에 이용하는 방식인 가든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전체 커피 생산량의 59%를 차지하고 있는 생산방식으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합니다. 이 커피들은 상업적인 수출 목적보다는, 농가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가든 커피는 앞서 이야기한 커피 세리머니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매일 아침 혹은 이웃이 모일 때, 정원에서 딴 체리를 손수 가공해 마시는 경험은, 커피가 ‘상품’이기 이전에 ‘삶의 일부’ 임을 잘 보여줍니다.
두 번째는 ‘세미 포레스트 커피(Semi-forest Coffee)’입니다. 이는 이름처럼 가든 커피와 포레스트 커피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숲 속에 자라지만 완전한 야생은 아니고, 각 커피나무에는 주인이 있어 일정 부분 돌봄을 받습니다. 다시 말해, 인위적으로 심은 것은 아니지만 방치된 야생도 아닌, ‘숲과 정원의 경계에서 자라는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에티오피아 전체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커피의 기원지다운 독창성을 지니면서도, 일정한 관리가 더해져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포레스트 커피(Forest Coffee)’입니다. 이 방식은 말 그대로 숲 속에서 자라는 야생 커피입니다. 누구도 심지 않고 돌보지 않지만 숲 속에서 늘 자라는 커피. 이것이 바로 양치기 소년 칼디가 발견한 최초의 커피이자 아라비카 커피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포레스트 커피는 인류가 커피를 발견했던 초기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 간직한 방식입니다. 숲 속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커피 재배의 조건이 되며, 인공적인 관리나 개입이 거의 없습니다.
에티오피아의 남서쪽에 위치한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지역은 발레(Bale), 서쪽 올레가(West Wollega), 짐마(Djimmah)등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발레 커피나 짐마 커피는 정말이지 커핑을 할 때마다 ‘이 커피가 정말 에티오피아 커피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특유의 복합적이고 깊은 향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량은 제한적이지만, 그만큼 독창적이고 희소한 ‘커피의 기원지’ 에티오피아의 야생성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플랜테이션 커피(Plantation Coffee)’입니다. 이 방식은 씨앗부터 수확까지 일일이 사람 손에 의해 계획되어 생산하는 방식인데 에티오피아에서의 플랜테이션은 본격적인 수확을 위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종자의 연구나 농법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가 목적인 생산방식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랜테이션 농장은 국영 농장이 많습니다. 전체 생산량의 5%를 차지하고 있죠. 이처럼 다양한 생산 환경과 방식에 의해 모아진 커피 체리는 <워시드>와 <내추럴> 등의 서로 다른 가공 방식으로 후반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그야말로 다양한 맛과 향이 나는 온갖 종류의 커피들이 생산됩니다.
각 방식은 규모와 목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에티오피아만의 독창적인 향미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결국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상품’으로만 정의할 수 없습니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이자, 수천 년 이어져 온 습관이며, 지금도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을 매료시키는 독보적인 원천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그 자체로 프리미엄 커피입니다.
커피의 뿌리이자 원형,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살아 있는 문화.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에티오피아 커피를 특별히 여기는 이유이자, 다른 산지에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에티오피아만의 본질일 것입니다.
에티오피아 산지의 생생한 수확 과정을 테라로사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일 마시고 즐기는 커피가 그들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정성스러운 순간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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