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성에세이>가을 바다 여행 일기

ㅡ구룡포 바다, 영일만 남파랑길

by 유쌤yhs

어제 오후에 바다로 출발했다.

가까운 영일대를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고속도로 톨게이트 벗어나면서 왼쪽 길로 가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가는 바람에 계획을 바꿔서 구룡포를 가게 되었다.

사실 영일대는 8월에도 다녀왔고 사람도 많고 바다도 잔잔해서 바다라는 느낌보다는 큰 호수 같은 느낌이라 다녀와도 마음이 그렇게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우연히 잘못 들어선 길에 더 큰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속도로 올려서 40분쯤 가다 만나는

첫 번째 와촌 휴게소에서 늦은 첫 끼를 먹기로 했다.


가을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고속도로 드라이브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가을 풍경이 어찌나 예쁜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파란 하늘~

새하얀 구름~

울긋 불긋 해지는 나무들~


정말 여기저기 가을이 묻어났다.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도 좋아한다.

식사도 하고 쉬어 가면서 커피도 한잔 하고...

그리고 요즘은 휴게소 풍경이 아주 예쁘다.

처음 보는 커피나무 사진도 찍어 보고,

식사 후 꽈배기도 먹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40분가량 쉰 것 같다.

휴게소 체류 시간이 너무 길어져 저녁에나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더 늦어질까 다시 고속도로를 올라 한 시간가량 달려 구룡포에 도착했다.

구룡포는 내게 사연이 많은 바다다.

코로나 시기 가족 간의 큰 문제로 마음이 힘들어 구룡포 바다에 왔었다.

바다가 보이는 '해 뜨는 집'이라는 펜션에서 하루 머물며 바다의 파도 소리 들으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펜션 주인 할머니와 친해져서 여름휴가에도 혼자 가끔씩 내려왔다.

그리고 지금은 하늘에 계신 엄마와 마지막으로 왔었던 바다, 구룡포 ~~

엄마의 환하게 웃던 모습이 사진으로도 저장되어 있지만 내 마음에 영원히 저장되어 있는 바다, 구룡포ㅡ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을을 머금은 바다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어 연신 사진을 찍고 파도 소리도 저장을 해봤다.



일몰을 기다리는 가을 바다는 약간 선홍빛을 띠고 있고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풍경이 완벽 그 자체였다.

정신없이 사진부터 찍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해변가를 걷기 시작했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쏴아아 쏴아아 ㅡ

다른 음악이 필요 없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그동안 SNS 세계의 파도에 휩쓸리던 내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에 블로그를 시작해서 창작 시와 창작 소설을 올리며 행복한 글쓰기를 이어 가다

6개월이 지난 8월부터 블로그 권태기(블테기)가 와버렸다.

이유는 글 쓰는 게 힘들어서가 아니라 소통에 너무 마음이 뺏기게 되고 또 글을 올린 후 인정과 관심에 집착하게 된 것이 이유였다.


그러다 시작하게 된 인스타, 스레드 그리고 되고 싶었던 브런치 작가까지....

나는 무려 4개의 플랫폼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블로그 한 개 하면서 들인 시간만큼 분배해서 썼기 때문에 일상은 그대로 흘러갔다.

문제는 가벼운 소통을 하기 쉬운 스레드였다.

역시 여기에도 난 마음이 많이 뺏겼다.

내가 친해지고 싶었던 작가님들을 만나고 마치 카톡 단톡방처럼 수다가 이어지는 곳 ㅡ

그랬다. 분명 내 생활에 활기를 주었고

쓸쓸한 내 하루 삶에 많은 위로와 에너지를 주었다.

그러나 그런 소통도 깊어지면 마음이 뺏기게 된다.


마치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내 마음도 하루 종일 파도를 타는 느낌 ㅡ



처음 왔을 때와 달라진 바다, 달라진 파도ㅡ

구룡포에 올해 5월에 '영일만 남파랑길'이라는 해변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해 질 녘이고 날씨가 좀 쌀쌀해서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가을 저녁 바다는 벌써 바람이 매섭고 춥기까지 했다.

낮에는 가을 같던 날씨가 저녁이 되니 초겨울 같은 느낌이었다.

300미터 되는 해안 데크길을 걸으니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거센 파도가 마치 나를 삼킬 것처럼 약간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여기는 안전한 데크 위다.

아무리 파도가 거세도 나를 덮칠 수는 없어'


그렇다.

아무리 SNS 소통의 거센 파도가 나를 덮치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작품에 대한 열정,

나를 치유하고 나를 살리는 글쓰기는

가로막을 수 없다.



나는 또다시 일어선다.

파도가 밀려와도 해안가에 부딪치면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순간의 감정들도 지나면 다 사라지는 물거품이다.



그래도 순간순간의 위로와 따뜻한 마음은 간직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나는 오늘도 꿈을 쓴다.







#바다여행#자연치유#가을바다#파도타기#소통과 글쓰기#블로그와 스레드#균형 찾기 #마음 기록#구룡포 바다 #영일만 남파랑 길#브런치감성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