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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ㅡ어느 여가학자의 고백

by 유쌤yhs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오늘은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 리뷰를 해 본다.

제목부터 유난히 눈에 띄어서 집어 들었는데, 요즘 내 마음이 반영돼서인지 첫 장부터 술술 읽혔다.

지은이는 미국 칼빈대학교에서 여가학을 가르치는 이영길 교수님이다.

학과 이름부터 다소 생소했는데, 교수님은 1980년 우연히 도서관에서 ‘여가학의 시조 격’인 한 학자의 책을 발견하고 편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되어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그 길 위에서 교수로서의 삶을 이어가게 되셨다.


<프롤로그 중에서>


“나를 재촉하는 삶에서 홀가분해질 수 있다면.”


1993년 영화 <도망자>는 주인공 헤리슨 포드가 연기한 심혈관외과의사 리처드 킴블이 아내 살해 누명을 쓰면서 시작된다.

교도소 이송 중 사고로 탈출에 성공한 그는, 그때부터 쉼 없이 쫓기며 살아간다.

보안관 제라드와의 추격전은 긴장감이 넘치고, 결국 진범이 밝혀지며 누명이 벗겨진다.


이 영화 속 킴블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쫓기며, 동시에 무언가를 쫓으며 살아간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내몰고 있을까.

빠른 기술 변화, SNS로 쏟아지는 정보, 불확실한 미래, 성과에 대한 압박…

결국 우리는 지친 몸과 마음으로도 쉬지 못하는 ‘피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들>


“바쁜 삶이 낳은 공허감을 경계하라.” ― 소크라테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제 전 세계가 안다.

‘안녕하세요’ 다음으로 외국인들이 아는 한국어가 ‘빨리빨리’라고 할 정도다.

바쁘다는 것은 곧 과부하된 삶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요구를 받을 때,

삶은 과잉의 상태가 된다.


“빠른 삶은 진보의 신호가 아니라 압박의 결과일 수 있다.” ― 칼 오너

“우리의 삶은 스스로 만족하기보다, 남들의 시선에 성공적으로 보이기 위해 소비된다.” ― 알랭 드 보통


우리 사회에는 ‘바쁜 사람이 곧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깊다.

‘바쁨’이 자랑이 되고, ‘바쁜 나 = 성공한 나’라는 착각 속에 산다.

SNS에서 타인의 화려하고 연극화된 일상을 접하며, 우리는 그들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당신이 바쁜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 존 마크 코머

“인간의 모든 불행은 쉴 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 블레즈 파스칼




오늘은 이 책의 서론과 도입부만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이어서 펼쳐지는 내용도 너무 좋았고, 노트에 정리해 둔 부분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이웃님들도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최근 나의 삶은 바쁘지 않았다.

어쩌면 약간은 무료한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창때는 강의도 많고 공부도 하고 사람도 자주 만나는 ‘활기찬 삶’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주 5일, 하루 4~5시간 강의를 한다. 쉬는 날에는 도서관에서 2주에 7~10권 정도 책을 빌려 읽고, 틈틈이 독서 노트를 정리하며,

밤에는 산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나는 오히려 충만했다.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좋아졌다.


그런 내가, 올해 2월 처음으로 SNS를 시작했다.

엄마를 떠나보낸 허전함과 슬픔을 글로 달래고 싶어

블로그를 열었다.

시, 소설, 에세이로 마음을 표현하고

이웃님들과 소통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 소통이 내 마음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잠시 멈추고 독서와 사색으로 균형을 잡았어야 했는데,

나는 오히려 또 다른 SNS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스레드, 인스타그램, 브런치까지 —

어느새 네 개의 SNS를 동시에 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하는 성격 탓에

스레드는 두 달 만에 2,200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매일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점점 지쳐갔다.

하루 종일 댓글과 소통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내가 가장 사랑하던 ‘독서와 사색’은 뒷전이 되었다.


결국, 나는 잠정적으로 스레드와 인스타를 쉬기로 했다.

아쉽지만 지금은 홀가분하다.

이제 다시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쓴다.

어제는 조용히 ‘잠시 쉬어간다’는 인사 글을 남겼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따뜻한 댓글을 달아 주셨다.


예전에 ‘사라진 이웃’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3개월 만에 돌아온 그분의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다.

그 글을 쓸 때의 내 마음이 지금과 닮아 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단 하나의 바람이 있다.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조용히 사색하며,

내 일상을 의미 있게 채우는 삶.


고요한 내 마음에 너무 많은 타인의 이야기가 들어오면

나는 더 이상 나를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아직 작가라 부르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이 책은 삶의 전환점을 주었다.


언젠가 나도 출판 작가가 되어

내 글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터닝 포인트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그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오늘도 삶을 쓴다.

오늘도 꿈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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