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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중지추 Dec 07. 2023

사회적 금기어- 피해의식(3)

피해의식의 대물림


© 8moments, 출처 Unsplash


A는 미혼이고 혼자사는 직장인이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 불안감이 높은 편이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A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편안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한 것도 아니다. 방금 만나고 온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항상 마음 속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상대방이 언제 자신을 떠나갈지 몰라 지레 먼저 이별을 선언하곤 했다. 또 상대방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면 세상이 자신을 버린 느낌을 받는다. 단순한 부탁을 거절당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어했다. 부탁의 거절은  자신에 대한 거부로 여기며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자신의 인격이 거부당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항상 두려웠다. 관계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판단을 하고, 자신의 일을 항상 감정적으로 대했다. 하루에도 감정의 파고가 쉼없이 움직인다. 마음이 항상 불안정하고 편안하지 못했다. 



B도 미혼이고 직장이니다. 역시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봤지만 자신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여긴다. 친구들과도다양한 동호회나 취미 모임도 하면서 관계가 주는 기쁨을 누리며 산다. 혼자 있는 시간은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자기 관리를 하는 편이다. 




A와 B는 겉으로 드러난 조건으로만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이다. 그런데 내면을 바라보면 영 다르다. 

컵에 든 물에 설탕을 떨어뜨리면 설탕이 녹으면서 물 전체가 단맛으로 변한다.

반면 기름이 든 컵에 설탕을 떨어뜨리면 녹지 않고 다만 한 점으로 컵의 바닥에 가라앉을 뿐이다.  차이는 설탕을 넣은 용액의 상태이다. 같은 자극이라고 환경이 어떠한지에 따라 용액 전체가 변하며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고 컵 안에서 가라앉기도 한다. 



 한 사람의 피해의식의 기저에는그가 처한 조건 외에도 다른 변수가 많이 작용한다. 

그 중에서도 가족이라는 환경, 가족 속에서 특히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따라 자극을 수용하는 방식과 그 자극의 영향의 범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피해의식은 그 사람의 몫이기도 하지만,  가족 간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험의 탓이기도 하다. 수직적 가족관계에서 형성된 기저의식이 어떠한가에 따라 이후의 경험한 사건이 한 개인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영향을 전혀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 



A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가 편안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늘상 부부 싸움을 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공격과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비난과 공격의 끝은 때로는 A 에게로 향하기도 했다. '저것만 없으면 이렇게 살지는 않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란 탓이었다. 그래서 A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싹을 틔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계속 자신을 다그칠 뿐 제대로 된 칭찬을 한 적이 없다. 



B는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았지만, 4형제의 막내 외동딸로 자라며 부모님의 귀염을 독차지 했다. 특히 아버지는 자신에게 특별하게 애정을 쏟았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빠들에게는 주지 않는 생선이나 쇠고기도 자신에게는 특별히 많이 주어졌다.  부모님은 B에게는 항상 허용적이었다. 공부를 잘하면 칭찬을 받았고, 성적이 안좋을 때도 '괘안타'라는 말을 듣고 자란 탓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거의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다. 자신이 수행한 결과로 자신을 보여주지 않아도 , 그저 자신의 존재 자체로 부모님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생명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생명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힘도 같이 부여받는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태어나면서 부터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양육자의 보호아래서  생물학적인 보호를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 또 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생각하는 법, 감정을 처리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등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며 삶의 기본틀을 형성한다. 감정의 틀도 형성하고, 생각하는 법도 배우고, 문화도 배운다. 



B는 부모님과 편안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쌓았다. 이 신뢰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기본틀이 된다. 반면 A는 애착관계가 불안정했다. 



모든 피해의식이나 트라우마의 원인을 부모에게 전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모 또한 그럴 수 밖에 없는 대물림된 감정이 있을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감정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금수저, 은수저라는 말로 경제적 상황이 대물림되듯이,


감정이나 피해의식또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A의 불안감이나 피해의식 덩어리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대물림되었듯이, 부모님에게도 대물림된 어떤 피해의식이나 불안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A가 부모님의  감정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 어쩔 수 없는 무력한 아이였듯이, 부모 또한 무력한 아이였을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감정의 대물림되는 요인을 보면 그 사회가 겪은 전쟁이나 사회적 격변 같은 것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전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사회적 격변 시기에 파산이나 이혼을 경험한 세대들의 고통은 아주 심각한다. 그 고통이 혼자만의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용해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그래서 자신의 피해의식의 기저를 알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관계나 부모가 겪은 시대적 환경이 미친 영향 또한 살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를 이해하고, 부모를 이해하고, 부모의 부모를 이해하는 일을 시작함으로써  나의 피해의식이나 불안감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일이 계속되면 불안안 감정이나 피해의식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노력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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