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나 사이

<문장을 통해 나 들여다보기>2.

by eend

엄청 많을 걸. 너 좋아해줄 사람. 그러자 맹지가 눈을 빛내며 왜? 하고 물어왔다. 네가 날 닮았잖아.

예소연 <사랑과 결함> 중 '우리 철봉하자' 중에서 p.12


Q. 나는 내가 왜 좋을까?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엉뚱한 행동과 말에 선배는 또 '풋-'하고 웃는다.

"ㅎㅎ 내가 좀 웃기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 나를 어떻게 안좋아할 수 있겠어? 나 같아도 나를 좋아할 것 같은데..."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이런 말을 하면서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오히려 당당했던 내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이 말은 연애할 때 혹은 학창 시절 자주 했던 말이다. (아닌가, 그냥 일상인가?)


사람들은 보통 '나를 좋아할까?'인데, '어떻게 나를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로 마무리 짓는 이 엽기적인 생각은 누가 물려준 것이 아니었다. 그냥 타고난, 나의 기질(?)이었다는 것을 한참 어른이 된 후에야 알았다.(그러고 보니 엽기 토끼가 한창 유행할 때 나의 별명이 엽기 토끼였던 기억이 난다. 뜨악...)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웃었고, 그 웃음이 싫어서 웃거나 어이 없어서 웃는 웃음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었던 터라, 별로 거리낌 없이 이런 말을 하고 지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말을 해도 욕들어 먹지 않을 사람들에게만 했지만...

둘째 특유의 어떻게 하면 귀여움을 받고 사랑을 받는지를 매번 연구를 한 것일까?

음~~돌이켜보면 '사랑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니 인정을 받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 인정을 하고 확인을 해주는, 셀프 칭찬에 아주 능한 아이였다. 가끔은 그런 성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결혼하고나서도 쭈욱 계속된다. 우리 집의 모든 일들은 나의 큰 그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식으로 마무리를 짓고, 칭찬과 인정을 유도한다. 언제나 늘....~~거참.)

물론 나도 주변의 반응에 하나하나 신경쓰고 어떻게 해야하나 전전긍긍할 때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많은 시간 기억되지 않는 걸 보면, 그리 큰 범위를 차지한 것 같지는 않다.


남편의 글에 있는 '조건없는 건강한 자기애를 장착하고 타고난 사람'이란 말이 딱 맞는 표현 같다. 거기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그것이 사람이든 무엇이든 그냥 그대로 조건없이 사랑하는 마음이 타고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요즘 나를 보면. 이것은 분명 내가 타고난 복일 것이라는 생각도... 그 복이 나를 한껏 당당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고마운 50대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은 '인정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웃을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인정 욕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돌려말한다는 것', 나는 그것이 내가 가진 특이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 시절 나에게 '돌연변이'..라고 말했던 이쪽저쪽의 친척들의 표정이나 웃음이 여전히 지금도 기억나는 걸 보면 나는 그냥 웃긴 아이였다.


있는 그 자체로 그냥 살아가는 내 모습,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어느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봐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둬.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나인 것이 좋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냥 이런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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