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운하를 건너온 거위 떼 우는 소리가
날아간다
꺼우 꺼우 어쩜 흐느끼는 것도 같이
제 이름 힘주어 부르는 소리가
꽃무늬처럼 이불 속을 수놓다
코로 쉰 숨이 데스마스크가 되어
알았다
고로 나는 이불 속이다
이승이 꾸는 꿈이다
발을 차면 귀가 빠지는 한기 속
모가지를 이어놓은 이불 한 장을
얼마 전에 샀는데, 잘 샀구나
눈이 오는 꿈을 꿨다
눈이 올 것만 같은 아침이다
모가지는 이불 밖에
남은 거죽은 이불 안에
만약 두 눈을 부릅떴을 때
이불을 걷어찼을 때
눈이 다 사라지고 없음 나는 어쩌지
오류 앞에 당당하고 싶다
남들처럼 혹은
저 위대한 유성 영화처럼
여러분은 거위가 아닙니다 이불도 아닙니다
창문을 잃지 마십시오
눈도 뜨지 않고 웃음을 참는다
모가지가 붙어있는 덕이다
이제 탄생의 시간이나,
무언가를 건너 어디론가 내 알맹이는
날아서, 갔고
그럼 다른 누구도 아닌 이내 힘주어 불러올 밖에
이불 속에 모가질 도로 파묻고
나는 거위가 또는 속이 후련하려는 김 모가
혹은 다만 전생에 창문을 열어놓고 잔 사람이
이 아침에 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