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친 단풍이
초겨울
눈이 부시게 피어있다
이미 한철 다 팔았단 남들이 불그죽죽 처진 때에
늑장을 부리다 그만
종막의 주인공이 되셨군
수많은 주인공들이 며칠 간격으로 들고 나는
환절기
기온은 이미 빙점 언저리
어제는 비가 온 날씨
흐끄무레하여 눈이 올 것만 같은 오전
지상엔 지푸라기 위로 이미 한가득
하이야니 이삭인지 꽃인지가 서릿발 같은
가운데 어린 사슴 하나,
자동차 소리에 껑충거리며 달아났다
이 모든 촌극을
박수라도 치려는 듯, 숨 죽이고 지켜보는 청야
알고 있다, 때를 놓친 저마다의 가을들이
엇박으로 흐드러진 게 우리들의
짧은 천추
그 덧없음이 슬프다는 박수 소리
그것이 점차로 낮아지는 흐끄무레한 하늘
아래 소리 없이 웅성거리는 그,
요란함이 앙상하기까지 한 시대에
그 사이를 우연처럼 튀어오른
너도 추위에 강하고
나도 추위에 강하다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