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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Dec 02. 2021

불변값들

이봐, 저기 전단을 돌리는 사람을 좀 보아. 모자와 목도리에 빨개진 귀와 코를 파묻곤 어디 조합에서 나왔다지. 판데믹으로 인한 피해를 돕자는.


그게 벌써 일년 전 얘기야. 이 추운 날, 그 사람들 이 가난하고 황량한 동네서 어쩜 오가는 사람들 하나 하나 붙들고 코와 귀가 빨개져선 십수 분이나 어디에 어떻게 당신의 돈과 시간이 쓰일 것인지 설명하고 서명이나 기부, 연락처 등등을 받아갔지. 나도 좀 도왔어. 자랑스러운 일이지. 다음 주에도 나오겠다길래 나는 현금을 더 찾아두기도 했었고.


하지만 일년 전 다음 주 그 곳에선 아무도 전단을 돌리지 않더군. 스팸 메일과 전화가 무작위로 날아들기 시작하고, 그 조합이란 곳은 기부 절세 대상도 아니었고, 홈페이지도 없고, 전단지에 적힌 번호도 순 다른 사업체더라고. 우연이겠지? 아니라면 웃기는 일일 거야.


속아줘도 좋다고 생각했. 나도 나쁜 짓을 한 셈이고, 혹은 나만 나쁘고 말겠지. 어쨌거나 국소적인 섭동과는 하등 상관 없이  일이지. 왜냐건 그 사람들,


나쁜 짓을 해서 잡혀갔단 뉴스 하나도 안 뜨더라고.

날이 추운데

전단을 돌리는 사람은 없고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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