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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Dec 06. 2021

복화술 인형

자려고 눈을 감자, 복화술 인형 하나가 나타났다. 수박씨 같은 눈이 둘, 각기 멀찍이 이상한 곳에 달려 있고, 적갈색 머리에 하얀 피부가 처키 같았다 흉터가 없으니 곱기도 하지.


눈을 마주치고 있자니 곧이어 패셔너블하게 누덕누덕하신 하나의 다른 복화술 인형이 나타나서 나를 들여다본다. 에메랄드색 단추로 된 눈이 하나, 빨간 구슬로 된 눈이 또 하나, 웃는 입에는 세균맨처럼 크고 하얗고 가지런한 이를 하고, 안면엔 검정색 베이지색 그리고 흰색으로 패치워크를 기워놓은, 말을 조금 닮은 인형.


 느닷없이 싸우기 시작하고

소리는 없는

그 무성영화에선 인형들의 기워놓은 곳이 군데 군데 터져 솜이 눈처럼 날리었다. 솜이 날아앉은 자리에선, 기형의 복화술 인형들이 줄이어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광경에 나는 감은 눈을 한 번 더 감았고, 눈꺼풀 안쪽에 자길 숨겨 달라는 듯 카키색 인형 하나가 달려와 안겼는데, 그 머리에서 무수한 수포들이 진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슬픈

인형들에 대한 꿈을

잠들기도 전에 꾸었다.


잠들기도 전에 꿈에서 깨어 내 얼굴을 쓰다듬으면 곱지도 않은 얼굴에 흉터는 없고, 입은 세균맨처럼 가지런히 웃고 있지 않으며, 머리를 쓰다듬으면 머리냄새가 묻어날 뿐이었다.


놀란 마음에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내 기워진 곳에서 터져 나온 솜은 다행히 없는 것 같아서

나는 그만 자려던 잠을 다시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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