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도 도토리를 먹는다지
떫다
나는 너무 많이 먹었나벼
세상에 쓴맛이랑 단맛을 초콜릿처럼 쉽게 먹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면
나는 그것도 너무 먹었나벼
삶이 미끄덩거려서 구멍이 숭숭 뚫리고 조각이 나면
이젠 젓가락을 내려놓아야 할 때
그리고 결연히
숟가락을 들어야 할 때
웃지 마라
이것은 현실극복의 의지이니까
시대정신은 도토리와 도토리묵이다 삶이 너에게 도토리를 주거든
먹어라, 묵을 쒀서
그렇습니다, 불규칙한 식사와 과식을 달고 사는 단짠단짠 캡사이신에 혀를 절여논, 죽으려고 작정한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들에겐 소화에 좋은 도토리묵이 유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숟가락이다
숟가락을 들고 행진하는 끼니의 군세는 막을 수 없을 것
절대로, 절대로 젓가락을 들고 묵에 맞서 싸우지 말라
떫으니까
근성으로 맨묵을 퍼먹지 말고 간장 쳐라 유도리가 우리를 먹이는 것이다
끼니란 어쩌면 결국 간장이나 소금 맛이 아닐까
짜다
이제 그만 먹어야 할까
멜로디는 없고 오로지 드럼빝 뿐인 매일반
나는 사실 그것도 좋은데
도토리
도토리묵
한 글자 차이가 어쩜 이리 다를까
도토리 도토리 도토리
묵
묵 한 글자가 킥드럼 소리 같지
왜인지 숨죽여 우는 소리 같아
그래서 도토리묵을 퍼먹다 말고
숟가락으로 토닥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