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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Nov 28. 2021

돈수

백지 나와 당신의 사이에

얇은 막으로 또 불투명한 벽으로

팔랑팔랑 까부는 한 장에

무언가를 쓰면 비쳐 보일까

구기고 접어 내 마음 보일까

뭐가 있을까 어라, 백지 너머

있을 당신을 나는 왜 설득하려 하지

생각도 안 했다 백지 나와 당신 사이에

촘촘하게 짜여 표백된 나무의 세월에

자라나는 문장을 내가 구태여 적을 필요가

첨부터 있었던 것인지


백지 나와 당신의 사이에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물을 한 방울 떨궈두었다

써둔 문장들의 오버레이로

좀처럼 되돌릴 수 없는 아날로그로

막과 벽의 이쪽 저쪽에서

방울 하나 떨구며 우린 서신을 나눈다

이러다 찢어지면 어쩌지

문장이 다 번져지면 어쩌지

 우그러짐이 시작도 아니 할 때에 잠시,

이제 그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낙수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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