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의 계주

by 김간목

역사가 신화가 되고

신화가 역사가 되는

인간의 굴레

지혜의 여신이여, 혹은 학자의 수호성인이여,

당신들의 주기가 멀지 않았다


저기, 불 속에서 태어나

엮어진 생명들이 있다

서로 다른 밭에 서로 다른 날 뿌리를 내렸으되

갈구하며 뻗어 자란 손들이

연리가 되고 만,

붙은 채 굳어버린 입맞춤들


강풍에 스러질 것이다

통나무 하나 넘어가는 소리

광장에 퍼지고

이제 하나 더 넘어가는 소리 들리면

쓰러지는 자여,

나무 없는 언덕을 슬퍼 말지어다


이제 미련을 거두어도 좋다

풀뿌리 아래,

불과 초목이 지나간 자리,

광풍의 시대 가장 괴로운 곳엔

반드시 신세계의 나무들 있다

모든 계약과 사문들을 거부하고

생동하는 산술 에서만 자라나는 그들


덤불과 마른 풀이 흔들리지 는 곳

어머니들의 수호 성인이 거하 자리,

광풍의 시대, 그 곳에서 몸을 피하는 우리들에겐

우화만이 남겨질 것이다

어느 나무 아래 이름 모를 신이 강림했다는

그런 줄거리도, 우리도

횃불처럼 넘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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