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by 김간목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에서

나는 왔다

묘비에 이름을 새기려다 말고

나는 왔다

글씨체나 여백이 맘에 들지 않아

나는 왔다


그 나라를 나오는 길은 숲이었다

기면과 불면을 번갈아가며

낮과 밤의 숲은 내 귀에 속삭였다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숲을 나오면 밭이었다

땅을 일구던 사람들이 넥타이를 고쳐맸다

흙 묻은 손으로 땀을 닦아낸 입가는 물었다

무엇을 기르려 오셨습니까

아니면 사러 오셨습니까

땡볕에 와이샤쓰 겨드랑이가 젖어 있었다


아무런 파도를 넘어가지 않고

나는 왔다

깨끗한 손을 물어뜯으며

나는 왔다

아무것도 답하지 않고

나는 와서

우선은 밥을 좀 빌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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