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점묘법

by 김간목

강가에 크고 예쁜 돌이 하나

폐벽돌이 하나

작지도 크지도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는 자갈이 하나


크고 예쁜 돌은 수석한다고 금방 실려가고

폐벽돌은 장독대 받침으로 쓴다고 줏어가고

작지도 크지도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자갈은 남았다


작다면 작아서 들었다 놓고

크다면 커서 들었다 놓고

예쁘다면 예뻐서 들었다 놓고

못생겼다면 못생겨서 들었다 놓고


손때가 묻는다

물이끼가 낄 새도 없이

굴러다니고 뒤집히며 봄이 오는 강가에서

여름과 가을, 겨울이 차례로 지나간 강가에서

좋은 구석도 나쁜 구석도 수 천번을 되풀이하다가


맨들맨들해진 자갈의 물 묻은 봄,

길손의 신발 밑에서 쑥 하고 미끌리고 차여

뒤집히며 어디론가 굴러가 박히지도 못하고

한 자갈밭이 되고 말았다는

작아지는 일상적인 자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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