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악몽을 꿨다. 브런치에 쓴 글들이 전부 가운데 정렬이 돼 버리는 악몽을.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면 먹을 건 없고 내다버릴 죄가 많았다. 냉장고 문을 다시 닫으며 나는 죄를 하나 더 늘린다. 커피포트 코드를 뽑고 커피메이커 플라스틱 코드를 꼽는다. 커피메이커가 한숨을 푹푹 다 쉬고 나면 아무 감동 없이 커피향을 책상으로 옮긴다. 이불 걷어차고 일어나 5분 만에 출근한다. 간밤의 이면지들이, 시집과 교과서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나의 머릿속, 뉴런과 내장 사이에 텀블러 놓을 자리 하나 만들고, 탭을 꼬박꼬박 쳐가며 코딩 문제를 하나 워밍업으로 푼다. 너무 쉬웠지만, 잘 풀지도 못했다. 커피 물이 뜨겁고 쓰다. 메일을 확인하면 오늘은 주말이었다. 기억나는 주말이라면, 몇 해 전 코르시카에서 술 취해 숙소로 돌아오던 밤, 바다를 내다보던 노상 누군가의 무덤. 십자가 앞에 무너지듯 무릎 꿇고 얼굴이 다 젖게 엉엉 울었던, 시차가 가지런했던 토요일 밤. 그러고 보니 아직 세수도 하지 않았다. 일곱 걸음 만에 시를 지었다는 사람과, 침대와 5분 사이에 죄를 짓는 사람. 이젠 무릎도 꿇지 않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사러 가야 한다. 화장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칫솔일 것이다. 끔찍히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