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낄 것 같은 저녁이 지난 겨울밤, 밤안개가 낀다. 어둠이 희끄무레하니 빛나고, 산란하는 부재가 눈부시다.
아침이 두려운 삶이라면, 밤은 은총처럼 오는데, 거기에 안개라니 마음이 놓인다. 없는 마음을 재발견하는 이것을 우리는 기적이라 하자.
밤바다에 어기야 디여차, 나는 와 있다 여기련다. 밤은 바다이고 바다는 밤인,
동치
범속한 나에게도 흔쾌히 주어지는
막연함, 저 잘 아는 안갯속 산책을
잃을 길도 없이 나는 나가볼까
한 때는 막연함이 나의 집이라 생각했다만, 정작 밤 바다로 풍덩 뛰어든 적은 없었다. 막연함은 나를 쉽게 떠났다.
밤안개가 밝다. 어야디야 희끄무레해서, 도시의 한 뼘 회색하늘을 닮았다.
오늘은 누군가 하늘에 퍼즐을 맞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