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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Dec 21. 2021

무두질

당신의 허물은

나와 우리들의 시신

의 집합, 뿐만 아니라

그 관계, 연속, 짜임새

따라서, 그 다양체


라고 죽은 나무의 허물에

쓴다, 살아있는 한 사람이

오래 전 죽은 유기물의 검은 피로

죽은 것은 다시 죽지 않으리라고*

아찔한 불멸이란

대형 문고의 목피


별이 뜨문뜨문한 다양체

사자가 살아 돌아오는 특이점들

밤새 찾는 사람

은 우리 우주에 몇 명?

고이 ,

닳어 뚫린 서책의 구멍,

의 수원 속에 사는 사람은

또 몇 명?


원 코인의 모피상, 팔리지 않는

스스로를, 스스로의 말단을, 제 거죽을

물고 빨며 수심 없이 늘려가는

얇고 부드러움,

필멸의 베스트셀

의 구조란 혹시 밤의 수구들이 아닐까?

제각기 제 빛을 안쪽에 가둬 둔,

마땅하고 단순한 상태들이?


사자여,

지평 너머 그대의 부활 없음이 밉다

입 속의 붉은 잎들이**

간 펜으로 삶을

시대정신을, 그리고

변화의 이름을 얇고 부드럽게 쓸 때,

그대가 더욱 밉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으므로

부활이 필요치 않은 죽음을

죽음을 택한 목소리들을

시커먼 분서의 아픔을


가죽과 가죽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곳 언제나 하나의 바늘 있다

나와 당신이 죽어 나란한,

주어진 그 사이

집합도, 관계도, 연속이나 짜임새도

그리고 밤의 안과 밖에서의 부활

물길처럼, 또 어쩌면

밤하늘처럼 가로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소의 영웅이나

참가상 하나 없어

강하고 약하게 그러나 서로 또 같이

거울에 비친 듯 기로 하자

오로지 그러길, 나는

바라물어뜯는 이빨과 손톱 사이,

반짝이는 점 하나일 따름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빌려옴

**심야영화관에서 죽었단 시인의 언어를 살짝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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