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허물은
나와 우리들의 시신
의 집합, 뿐만 아니라
그 관계, 연속, 짜임새
따라서, 그 다양체
라고 죽은 나무의 허물에
쓴다, 살아있는 한 사람이
오래 전 죽은 유기물의 검은 피로
죽은 것은 다시 죽지 않으리라고*
그 아찔한 불멸이란
대형 문고의 목피들
별이 뜨문뜨문한 다양체
사자가 살아 돌아오는 특이점들을
밤새 찾는 사람
은 우리 우주에 몇 명?
고이 접고,
닳어져 뚫린 서책의 구멍,
밤의 수원 속에 사는 사람은
또 몇 명?
원 코인의 모피상, 팔리지 않는
스스로를, 스스로의 말단을, 제 거죽을
물고 빨며 수심 없이 늘려가는
얇고 부드러움,
필멸의 베스트셀러
의 구조란 혹시 밤의 수구들이 아닐까?
제각기 제 빛을 안쪽에 가둬 둔,
마땅하고 단순한 상태들이?
사자여,
지평 너머 그대의 부활 없음이 밉다
입 속의 붉은 잎들이**
빨간 펜으로 삶을
시대정신을, 그리고
변화의 이름을 얇고 부드럽게 쓸 때,
그대가 더욱 밉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으므로
부활이 필요치 않은 죽음을
죽음을 택한 목소리들을
시커먼 분서의 아픔을
가죽과 가죽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는 곳엔 언제나 하나의 바늘이 있다
나와 당신이 죽어 나란한,
주어진 그 사이엔
집합도, 관계도, 연속이나 짜임새도
그리고 밤의 안과 밖에서의 부활도
물길처럼, 또 어쩌면
밤하늘처럼 가로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소의 영웅이나
참가상 하나 없어도
강하고 약하게 그러나 서로 또 같이
거울에 비친 듯 좋기로 하자
오로지 그러길, 나는
바라며 물어뜯는 이빨과 손톱 사이,
반짝이는 점 하나일 따름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빌려옴
**심야영화관에서 죽었단 시인의 언어를 살짝 빌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