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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Dec 29. 2021

푸른 빵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는 빵을 봉지 째, 내버리고 나

나는 그의 수명을 알지 못한다


곰팡이는 군집 군집, 하고 운다

그가 그인지 그들인지 혹은 셀 수 있는지도 나는 모른

빵 한 장 두 장의 수명도 나는 모른다

오로지 빵 봉지 하나의 수명을 알 뿐이다


그리고 부끄러움이다

내가 나인지, 그들인지, 혹은 셀 수 있는지, 피기 시작했는지, 각각의 수명은 얼마인지, 봉지 째 버릴 수 있는지, 그리고 밀봉나의 수명 역시도 나는 모르는 탓이다


그러니 혹, 그간버린 곰팡이들이 바람결에 창을 열고 방 안으로 돌아온다면

페니실린 페니실린, 하고 기꺼운 울음을 나는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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