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얀

by 김간목

화장실 가는 길엔 며칠

청결한 냄새가 났다

밤마다 비가 왔고,

표백제가 새고 있었다

파문이 없는 자리,

아끼던 옷과 정든 옷들이 굳어지고

밤은 하얗게 질렸다


듬성 듬성 난 수염으로

화장실 거울 안노랗게

빗금이 그어져 있다

비누거품을 내어 빗금을 지우면

우리는 그것을 균열이라 한다

콜타르가 흐르는 시간에도 비가 온다

물 고이고, 파문이 흔드는 모,

하이얀 그것은 정지선


알았다, 아끼거나 정든 그 어떤 내 것도

하얗지 않다

표백제를 씻어내는 손이 미끈거리면,

밤은 하얘지고,

밝아진 밤은 비를 그쳤다

그리고 아끼던 옷과 정든 옷들은

이제 비닐에 담겨 문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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