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은 0보다 작다

by 김간목

흥은 나의 열병

어데 가도 못하고

앓기만 하는 순수

그러길 바라는 나의 오만과

짧게 참는 심사

뭐라도 적어볼까, 이 글을 시작하여

어떻게 끝낼까, 헤아리는

이 글은 이미 망한 글이다

그것은 머리가 달뜬 탓이고

발밑이 허한 탓이고

내 허리 또한 구부정한 탓이다

헛똑똑이,

말한 만큼 심란하게 돌아간다

다른 이들에게서 실망을 꾸어와

나의 속을 채우고,

꾸밈 없는 말들이 아무 데로도 가지 않을 때와,

겸손을 사양하는 말들이 모두

나의 부른 배와

비어가는 속을 한데 두드려

기어이 내 속을 찢고 나오려는 때...

발작처럼, 재채기처럼, 나오려는

"제발 내가 잘못했습니다!"

를, 도로 삼켜 돌려놓는다

이제 나는 조금 나은 사람이 되었으나

비척이는 걸음걸이가 매일반이라니,

나라는 참사는 이미 충분히

그리고 서서히 나빠지고 있다 본다

그러니 스스로 내내 저주하자

여흥이 가시질 않는 나를

나를 멈추지 않는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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