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엔 부처가 실제로 될 확률이 빠져있다. 그래서 로또를 사지 않는 사람들도 부처는 산다. 다만 무언가가 되려고 그것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거죽을 입고 벗을 수 없게 생겨먹었다. 하지만 세상 몇이나 부처 되자고 부처를 사겠는가. 그저 부처를 빌려온 동안엔 확률이나 숫자도 잠시 잊을 수가 있는 것이지. 소주 마실 돈으로 로또를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확률을 잊은 사람들은 사랑스럽다 (사실 후자가 700원 더 싸게 먹히긴 한다). 어느 지자는 제풀에 인간실격이라기도 하더라마는, 사람이 되기 전에 초인이 되라면 과한 거 아닌가.
이제 서리가 어는 아침에
나는 빗자루로 차유리를 쓸어내다
앞집 풍경 소리에 문득 깨달았지
눈삽을 사와야 한다고
늦가을 단풍은 아직 불긋한데
쌓인 눈이 푹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벌써 들었네 마음에
그래도 서리는 얼은 아침에
빗자루와 풍경을 스치는 찬 바람이
단풍잎, 바윗구멍 사이로 아미타경을 외는 걸 듣다
나는 깨달았지
지각을 했다고
빗자루 대충 던져넣고 차 문을 쾅 닫는 소리에
놀라서 그만 없는 눈 없는 삽으로
푹 하고 퍼낸 뒤였지
서리가 우수수 떨어진, 아침나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