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피난

by 김간목

언 땅에 삽질을 하다 말고

나는 삽에 기대어 생각했지

날이 풀리면 진력이 쉬워질 거라고


삽을 어깨에 지고 돌아가는 나라도

꽃 피는 봄이 오면 혹시나 하고

화사한 삽질을 기대해 보네


눈 내리는 3월은 가고 이제 꽃 피는 4월,

진창에 푹푹 발은 빠지고

흙 묻은 옷 점점 무거워지면


기대어 놓인 삽의 등 뒤에서

얼굴에 진흙을 닦아가며 각을 하지

너무 늦었는가, 하고


4월이 늦은 2022년,

꽃 피는 4월에

나에게서 나에게로 나는

묻은 흙을 털어낸다

흙이 묻은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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