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난 듯한 공립도서관을
나서며 내내 독기 가득한 눈으로 연말 파티 인파를 뚫고 가는 나는,
뉴저지로 가는 PATH 기차를 탄다.
서른 다섯, 일 시작하기 전, 도서관을 나와서
지하철역으로 걸어내려가며, 나는 대학 입학 전 샤니빵에 우유 하나로 점심을 때우며 도서관에서 하루를 다 보내던 스무살의 나를 생각한다.
이를 악물고 살았구나. 일하고, 공부하고, 좌절하고, 쉬지는 않고, 우주는 쉬지 않으니까, 크리스마스에도, 연말에도, 남들이 놀 때에도.
그렇게 인간의 반쪽이 된 물질은,
십오 년의 세월을 건너서도 제가 단백질바에 카페인 초콜렛으로 하루를 버티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왜 그렇게 사냐건, 웃지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혼자 있을 때 웃자면 그건 미친 놈인 법.
주위를 둘러보면 사실
여기도 이상한 사람, 저기도 이상한 사람, 모조리 이상한 사람들 뿐인데,
제정신으로 살아왔기에 인간의 반쪽이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내가 도리어 미친 놈인 것 같아서
나는 웃고 마는 것이다.
저는 좀 이상하니까요.
외로움을 지불하고 인간의 온전한 반쪽을 샀습니다.
간편하게 살았습니다.
달랐을 수도 있겠습니까? 라면, 그건 쉽다.
아니오.
저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내일 죽어도 좋습니다.
그저 오늘은 이것 하나만 알고 그만 가십시오.
그러면 저도 퇴근을 마치겠습니다.
원래 그런 사람은 태어나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