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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Feb 06. 2023

집들이 후에

친구들 몇이랑 술 먹다 그런 얘기를 했지. 너를 아껴줄 사람이어야 해, 말이 통하는 사람이어야 해, 지적 수준이 맞는 사람이어야 해 등등. 그저 착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말하고 말았지만,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


나를 나와 함께 견딜 수 있을 사람을 원해

그것만 해도 과분하지 않나


시계를 거듭 보면 시간이 빨리 갈 것처럼

구글맵을 자꾸 확인하면 열차가 빨리 도착할 것처럼

나는 나를 채근하는 사람

그저 착한 사람이었음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

남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거듭 속이는 사람


사람은 변해, 나와 같지 않고

착한 사람이 나빠지고, 나쁜 사람은 착해지고

나도 실은 나와 같지 않은 것을 요지경에

하루에도 몇 번, 구글맵을, 손목시계를 채근하는

날이 바짝 선 그런 맨 정신이란 사실

영원을 바랄 순 없는 법이겠지


나는 열차 지나가는 소리를 기다리네 잠이 오지 않는 밤

덜커덩거리는 소리 천천히, 지나가고 나면

윙윙거리는 머릿속도 술기운도 지워질 것만 같아서

친구들 다 보낸 뒤에서야 나도,

그리고 내 머릿속의 나도,

동네 한 바퀴 걷고 들어올까 어떨까, 헤아려 보는

일요일 새벽 1시, 출근 7.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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