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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Feb 16. 2023

오토코릴레이션

100년이 넘은 뉴욕 지하철은 이제

천장에서 녹물이 자라는 동굴

없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 동굴 속을 걸어나가려는 때에


저 멀리서 우-하고 달려와서는 급행으로

부서지며 지나간 파도


비가 오지 않는 동굴, 수만 년의 시간 뒤에

벽화 되는 물보라여, 귓속을 흘러내리는

동굴 속의 사람 하나, 이제 너로부터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계단 앞에서,

돌아오지 않는 파도소리를 뒤로 하고

사람이 살면 안 되는 동굴 속에서

100년의 시간을 덮고 자는 사람들도 뒤로 하고


그 내장 속을 구불구불, 별달리 잃을 길도 없이


걸어 나오면 겨울날 하늘,

기묘하게 따뜻하고

어쩐지 소라고둥 속껍질을 닮았다

지저분한 동굴이었지

그러고보니 입춘이랬던가

발렌타인이랬던 것 같기도 하고

연휴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뉴욕 사람들은 걸음들이 빠르지

100년 전이었나 그게


출근길, 나와 모두의

파도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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