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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Mar 11. 2023

과호흡

불완전연소, 나의 단위는

일이다 인간의 형상을 한

비가 온다 지붕 밑으로 걷는다 뉴욕은

물이 흘러들어오는 낮은 곳 나는 말이다,

희박한 공기가 필요하다


멈춰 서면 그대로 가라앉을 것 같지?

젖어도 나는 걷는다 지붕 밑에서

밑으로 낙수에도 꼬박꼬박 놀래어가며, 얇아지는 머리털만 겨우 막아주는 얇고 작은 무지 우산 밑에서

하나 먼 지하철 정거장에서

빗소리에 음악이 빠르고 동시에 느린 지칠 대로 지친 귀에 그리고 나무토막 같은 사지에

나는 물을 준다


아무도 없다 밤 11시

비 오는 금요일 허드슨 강변,

나도 집에 가면 눈을 질끈 감고 자겠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담배연기가 비에 다 젖을 때까지는

맨하탄에 두고 온 일들 마음 속에서 다 태워지고

또 질끈 감은 눈이 스르륵 풀리며 나 실제로 잠이 드는 그 전까지는

작은 우산 밖에 내놓은 어깨와 함께

신발을 다 적시며

희박한 밤 속을, 마른 자리들을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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