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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Apr 28. 2023

26+시간의 불면

깨달음 그거,

학교 있을 땐 하루에 100번씩 더 얻었지만

밥 먹여주지 않든데

깨닫고 그거,

내려놓으라는 당신 말에서는

수저가 나방처럼 휙휙 날아다녔다


내려놓으라니요...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조뺑이고... 남은 이할은 자존심인데...

쿨하게 내 밥줄을 끊으려는 당신 말에서는 고난과 역경과 빛나는 성취와 그리고,

향수 냄새가 났다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아

허리띠를 잊으면 허리가 편하다지 반대였던가, 아무렴 어때 자정을 넘겨, 밤은 길어지기만 하고 다음 잠은 22시간 뒤라고 정해져 있지만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아

장작은 가슴 속에 쌓여있다


씨발 씨발 하다 보면 오려던 잠도 말겠지

가슴 속 공동은 커지기만 하고 그러니 활활

깨달음, 그것처럼

버려놓으면 알아서 단단해지고, 때 되면 또 적당히 타더라고, 그래서 가슴 속 공동은 점점 더 커지기만 했고, 입 안에 들어찬 불씨를 삼키느라 손가락을 물어뜯고, 그러면 손가락에 찢어진 상처들이 화끈거리고, 그래서 가슴 속 쓰레기통에 자꾸만 처박는 불꽃들이 점점 더 커지고, 그래서 장작들이 씨근덕거리는 밤, 22시간 뒤에는 잿더미가 돼 있을 마음 속을 생각하면 공동은 이미 하루치를 더 커져있고, 또, 또, 그러면 입 안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요? 아, 깨달으라고

아, 내려놓으라고


그러나 내려놓으라며 내민 당신의 깨끗한 손바닥 위에는

내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침 저도 드릴 게 없었는데 잘 됐네요 마침? 늘? 모든 것이 공이지요? 웃으며 나는 말한다

늘 그렇듯

불씨가 가득한 내 손가락,

아는 사람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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