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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Oct 26. 2021

짧은 동화

옛날옛날 어느 연못가에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연못 사는 마냥 착한 청룡이

마을을 지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쪽에서

긍지 높은 황룡이 날아와

청룡과 사흘 밤낮을 싸워

연못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을도 말입니다.

그 날 밤, 황룡은

마을 촌장의 꿈에 나타나

매년 수확을 하는 달에

여자아이를 바치라 했답니다.

그래서 매년 그 마을은

울며불며 하나씩

여자아이를 바쳤습니다.

그런데 어느 외지 청년이

마을의 한 여자아이에게 반해

순번이 돌아온 그 아이 대신

온 몸에 독을 바르고

긍지 높은 황룡에게 먹혀

마을을 구했습니다.


십년이 흘러, 그 연못엔

아무도 들지 않습니다.

십년 전에 어디로 팔려갔단

여자아이는 어느 떼부자 눈에 들어

귀부인이 됐단 소문.

여자아이를 팔았다는 촌장은

그 돈으로 장사를 시작해

떼부자가 됐다는 소문.

갖은 소문을 물고 온 잠자리와

사람을 피해 도망 온 물벌레들만이

옛날옛날 어느 연못을 찾게 되었습니다.

긍지 높은 황룡도, 마냥 착했던 청룡도

온 몸에 독을 바른 청년도

바쳐졌던 여자아이들도

잊혀져서,

모두의 해피엔딩 속에서

전설조차 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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