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어느 연못가에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연못 사는 마냥 착한 청룡이
마을을 지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쪽에서
긍지 높은 황룡이 날아와
청룡과 사흘 밤낮을 싸워
연못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을도 말입니다.
그 날 밤, 황룡은
마을 촌장의 꿈에 나타나
매년 수확을 하는 달에
여자아이를 바치라 했답니다.
그래서 매년 그 마을은
울며불며 하나씩
여자아이를 바쳤습니다.
그런데 어느 외지 청년이
마을의 한 여자아이에게 반해
순번이 돌아온 그 아이 대신
온 몸에 독을 바르고
긍지 높은 황룡에게 먹혀
마을을 구했습니다.
십년이 흘러, 그 연못엔
아무도 들지 않습니다.
십년 전에 어디로 팔려갔단
여자아이는 어느 떼부자 눈에 들어
귀부인이 됐단 소문.
여자아이를 팔았다는 촌장은
그 돈으로 장사를 시작해
떼부자가 됐다는 소문.
갖은 소문을 물고 온 잠자리와
사람을 피해 도망 온 물벌레들만이
옛날옛날 어느 연못을 찾게 되었습니다.
긍지 높은 황룡도, 마냥 착했던 청룡도
온 몸에 독을 바른 청년도
바쳐졌던 여자아이들도
잊혀져서,
모두의 해피엔딩 속에서
전설조차 되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