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가 창 밖으로 보여서 화들짝
살피면 전봇대,
그리고 가로등
창문 저쪽은 밤 바다가 아니요,
이쪽은 본디 선실이 아니니
그 어디에 배를 깔리오 나는
턱을 괴고 누웠네, 이제
눈 감기고
화엄엔 파도 치고
썰물처럼 빠지는
생기가 툭,
꺼지는 전봇대,
가로등 없음에 두둥실
떠오른 부엌 등
가리키는 손가락 그대로
시꺼먼 함정 속
출구를 끄고 오면 달,
꺼지고 측백나무
하나 바람결에 잎사귀, 파도나
썰물, 처럼 지나치는
사람 하나
싯다르타 그대
해저에 가로등 하나 부디
켜줬으면 하는 깊은
밤, 베개 한 짝을
뒤집어 쓰고 건너는 우리
2만리의 법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