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길, 긴긴 내리막에서
당신의 단발과 츄리닝 찰랑이던 모습.
이 쪽을 돌아보기 전에 나는 설레곤 했다.
설레는 일 없는 요즘
색채 없는 내리막길
당신 뒷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
어떻게 걸었는지, 어떤 목소리였는지, 모두 또렷하지만
나는 알 수가 없는
눈 마주치고, 말 들어주는 당신 얼굴.
색 바랜 폴라로이드, 오래 된 LP판처럼 남은 당신.
그러나 모든 RGB로, 눈 감으면 떠오르는
당신 웃는 얼굴. 대체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떤 일로,
애써 지나치려는 듯, 알기 전에 잊으려는 듯,
보려고 본 당신 뒷모습이 그리고 웃음이
눈 감으면 영원으로 남았을까.
확률이나, 분포나, 결합 그런 것들 하나 몰라도
쉽게 술렁이는 이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