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굴리기

by 김간목

공을 굴리던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굴렁쇠는 또 어디로 갔을까

녹이 슨 쇠줄과 인조가죽 안장이 삐거덕거리던 그네는 어디로 갔을까

놀이터 모래흙 속 쇳가루들과

그것을 막대자석으로 알던 우리는 또 어디로 갔을까

베린 옷에서 모래를 털어내던 현관은

머리카락과 손톱 사이 모래알들은

낡고 갈라진 가죽 소-파와

틈틈이서 튀어오르던 이름모를 알갱이들은

아파트 단지 주차장 화단에 알알이 맺히던 쥐똥나무 열매들은

그러나 가장 보고 싶은, 지금도 눈에 선한

유치원 다녀오면 뒷짐지고 인사해주시던 경비 아저씨 그 분


어디로 가셨을까

경비실 앞 화단에 목련과 동백꽃을 피우시던 당신

웃으시는 얼굴은 크고 시커멓고 험상궃은 꽃이 활짝 피는 것 같았는데

한 세월에 벽돌길이 다 내려앉아도 명물 세탁소나 문방구가 문을 닫아도

아파트 단지 내를 굽이 도는 하굣길은 이제 내가 다시 갈 일 없어도

마음 속 코오너를 돌면 벌써 나타나는 반가운 사람

하루에도 몇 번씩 좁다란 경비실에서 몸을 내밀고

하얗고 가지런한 미소로 귀가를 반기던 그 사람과

무슨 무슨 마을로 불리던 아파트 단지의 모든 오후를 천연히 놀다 오던 우리가

멀리서 살피고 가까이서 반기는 당신이 고마운 것을 채 다 알기도 전에 경비실 앞 주차장에서 꼬발로 퍼올렸을 탱탱볼은

지금은 어디쯤을 굴러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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