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여
네가 정말로 참고 있던 비가
오늘은 쏟아지는 것 같구나
다행이다
바람이 휘잉 불고
낙엽이 쓸고 날아
오늘 너는 울어도 좋아보인다
하늘이여
아침나절에 해가 보이질 않는다
잘 한다
꼭꼭 희망은 감추어라
움츠린 미간에
산란하는 회색 빛에
덜커덩거리는 쓰레기통 속에
나뭇가지, 홈통으로부터 젖은 노상에
빗방울 뚝뚝
먹히는 소리 또는
타이어, 낙엽, 모터, 바람 스치는
소리에 젖은 휴지처럼 젖어
들으며 나는 소망한다
하늘이여
아침에 부지런한 소리들이여
안전운전하옵서
그 소리들이 소음도 되는지?
침대는 창에서 멀리에 두란 말씀!
내야 그럴 것까지야
그럴 것까지야, 기왕에 얇은 벽, 비틀린 창 안쪽인데
똑똑 뚝뚝 휘오오
모든 노크 소리에 나는야
바지런히 답할 뿐: 이불 속에
사람 있어요
하늘이여 보라,
뉘여놓은 자존심은 보기 어떤가
하늘이여 보라,
창문가에 침대를 붙여둬도 좋질 않나
하늘이여 보라, 어떤가
나도 너도 젖은 휴지도
아무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하늘이여
조석으로 빗줄기가 굵어진다
알려다오 일상의 불가시들이 모조리
얇은 벽으로, 뒤틀려, 겹겹이, 숨구멍 하나 없이
너와 나의 발이 한정 없이 빠지는 이 사이
허공에 차차 빼곡이 들어찰 때,
먼 나라 뻘밭을 숭숭
뚫고 내린 장대비는
바닥에 닿았는지?흙탕물 속 시계 없는
좌초된 잠수정, 그 안에서 나는
끙 차고 일어나 앉아
가부좌도 틀지 않고 따져 묻는다 네게
하늘이여
오고도 오지 않는 아침이여
언젠간 개인다는 약속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