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변과 주

인생의 낭비 시

by 김간목

쓰는 글은 읽은 글을 따라간다. 나는 그럼 대체 뭘 읽은 걸까. 어디서 무언가를 가져왔는데, 기울이고 옮기고 돌리고 뒤집고 엎어놓고, 이렇게 컨트롤x, 저렇게 컨트롤v. 내가 읽은 누가 이 따위로 썼을 리가 없는데 나는 어째서 이러고 있는 걸까.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하자:


커피 한 잔을 가져오라.


1/n

요즘 트위터를 보면 쓰기의 양상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정보 전달을 하는 데 길고 긴 트위터 스레드로도 큰 무리가 없고 오히려 전통적인 글쓰기에 비해 글쓴이가 의도한 구조를 드러내기 좋아 전달력이 더 나은 것이 놀랍다. 다만, 한 문단을 이렇게 길게 늘여쓰는 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2/n

- 글쓰기는 요즘 트위터에서 달라졌다

- 이것은 한 문단이다

- 짤라 써라


3/n

휙휙 내려가는 스크롤에

세로로 길어진 화면

이런 폼 팩터엔

폼 팩터가 이래

짧고 강렬해야 한다


4/n

따라서 명료한 심상과

말의 뼈대들로

수요에 의해 살아 돌아오는


5/n

시여
굶어 죽지도 않는구나

- 정현종, "시 죽이기" 중


6/n

하트++

댓글++

리트윗++

언어의 퍼포먼스 메트릭 = 하트+댓글+리트윗

O(팔로워**2)

코드처럼 발전하는 시


7/n

이모티콘

시는 마침내 언어마저 넘는다

(브런치는?)


8/n

산문이 트윗이 되고

트윗은 시가 되고

시는 언어를 넘어가고

더 나은 인터넷

더 나은 시


9/n

잘 됐다

아주 노벨 문학상을 받는 트윗이 나왔으면

이모, 주가가 너무 비싸요 이런 거

'차피 한림원 쓰앵님들도 요샌

문예가 중요한 게 아니더만


10/n

하지만 무엇을 설득하려는 것도

무엇을 하려는 것도

심지어는 문학도 뭣도 아닌

그런 시들도 목소리를 얻었으면

기왕 인터넷이니까


11/n

세 줄 요약:

이란 것도 결국 시가 아닌가

- 스레드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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