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글은 읽은 글을 따라간다. 나는 그럼 대체 뭘 읽은 걸까. 어디서 무언가를 가져왔는데, 기울이고 옮기고 돌리고 뒤집고 엎어놓고, 이렇게 컨트롤x, 저렇게 컨트롤v. 내가 읽은 누가 이 따위로 썼을 리가 없는데 나는 어째서 이러고 있는 걸까.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하자:
커피 한 잔을 가져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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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위터를 보면 쓰기의 양상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정보 전달을 하는 데 길고 긴 트위터 스레드로도 큰 무리가 없고 오히려 전통적인 글쓰기에 비해 글쓴이가 의도한 구조를 드러내기 좋아 전달력이 더 나은 것이 놀랍다. 다만, 한 문단을 이렇게 길게 늘여쓰는 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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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요즘 트위터에서 달라졌다
- 이것은 한 문단이다
- 짤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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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휙 내려가는 스크롤에
세로로 길어진 화면
이런 폼 팩터엔
폼 팩터가 이래선
짧고 강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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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명료한 심상과
말의 뼈대들로
수요에 의해 살아 돌아오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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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굶어 죽지도 않는구나
- 정현종, "시 죽이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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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댓글++
리트윗++
언어의 퍼포먼스 메트릭 = 하트+댓글+리트윗
O(팔로워**2)
코드처럼 발전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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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밈
시는 마침내 언어마저 넘는다
(브런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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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이 트윗이 되고
트윗은 시가 되고
시는 언어를 넘어가고
더 나은 인터넷
더 나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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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다
아주 노벨 문학상을 받는 트윗이 나왔으면
이모, 주가가 너무 비싸요 이런 거
'차피 한림원 쓰앵님들도 요샌
문예가 중요한 게 아니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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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을 설득하려는 것도
무엇을 하려는 것도
심지어는 문학도 뭣도 아닌
그런 시들도 목소리를 얻었으면
기왕 인터넷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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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이란 것도 결국 시가 아닌가
- 스레드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