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비를 맞고 싶어진다

by 행북

나는 날씨 요정이다.


비와 눈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뭘 하려고만 하면 맑아진다.


우중 캠핑이 하고 싶어

일기예보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떠났는데,

비는 뚝 멈춰버린다.


눈 오는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

일부러 그날에 맞춰 여행을 떠나도

해가 쨍쨍하게 떠 있다.


아쉽다.

굳이 날씨 요정 아니어도 되는데.


비 맞으며 수영도 해보고 싶고,

눈 오는 날 캠핑도 해보고 싶은데.


마침 오늘은 러닝 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비가 내내 쏟아졌다.


우중러닝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운이 좋다.


러닝 동호회 사람들이 말한다.


“왜 우리만 뛰면 날씨가 맑아져? 신기해.”


그때 난 속으로 생각한다.

날씨 요정이 같이 뛰어서 그래요.


비는 중간에 멈췄지만,

초반엔 충분히 비를 맞으며 달렸다.

드디어 우중러닝을 맛봤다.


‘행복하다.’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비 오는 날, 자연 속에서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벅찼다.


온갖 생각들이 스르르 날아가고,

나는 그 순간,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은

비를 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세상을 본다.”

-클라우스 미켈슨


빗소리,

땀,

나무,

그리고 숨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온전히 이 순간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연이 내 삶 주변에 있다는 게

참,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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