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코스모스 마라톤에 참가했다.
하프는 처음이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출발했다.
고요한 새벽, 맑은 공기.
벌써 행복하다.
비가 쏟아진다.
우중런을 하고 싶었기에, 걱정은 크지 않았다.
내비에는 도착해도 1시간 이상 여유가 있었지만,
1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좁아서 차가 꽉 막혔다.
9시에 마라톤 출발인데, 내비는 55분을 찍는다.
몸도 아직 안 풀었는데..
어떻게 하지 하다가,
2주차장으로 핸들을 꺾었다.
그 길로 가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가는 길 내내 생각했다.
왜 다들 2주차장으로 가지 않을까.
내 뒤 정차한 차들도 9시에 출발하지 못할 텐데
그럼에도 1주차장을 고집하는 걸까.
의문스러웠지만,
내비에 찍힌 35분이라는 희망을 믿고 달렸다.
웬걸,
2주차장은 넓고 깔끔했다.
시간도 남아 스트레칭까지 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틀리지 않는 선택은,
남들이 모두 가는 길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찰스 다윈
주차장에 도착하니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가지 않은 길을 가야,
선물이 주어지는구나.
9시 5분, 출발.
설렌다.
비도 꽤 내렸다.
자유인의 모습으로,
코스모스와 하이파이브하며 달렸다.
10km 지점, 맞바람까지 불었다.
비바람 속에서 달리며 인생을 생각했다.
삶에도 비바람이 불어도,
지금처럼 남편과 함께
헤쳐 나가리라.
그 생각만 하며 달렸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했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성취감과 용기.
그것이 오늘의 선물이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달리는 이는 자신의 길을 간다.”
-존 밴턴
나의 목표에도,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