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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으로

오랜만에 일상 속에서 낭만을 느꼈다

by 행북

새벽 3시에 잠들었다.

4시간 자고 피곤한 몸으로 출근했다.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5분간 명상을 하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다.


그렇게 하루를 준비하던 중에

선배가 다가왔다.


주말에 행복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니

회사 앞에 있는 천리향 나무 이야기를 꺼내셨다.


“천리향이라고 알아?”

“천혜향이요?”

“천 리까지 향기가 퍼져서 천리향이래. 향기가 정말 좋아.”

“정말요? 궁금해요.”

“이따가 나랑 같이 보러 가자.”


선배가 간 후,

검색해 보니 비누향기, 과일향기 등

다양한 묘사들이 되어 있어 더 궁금해졌다.


오후가 되어 약속한 대로,

선배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짧게 10분,

희망찬 발걸음으로 출입구 쪽을 향했다.


그 사이 선배는 따뜻한 차까지 준비해 두셨다.

나보다 열다섯 살은 많은 분인데도

더 센스 있으시고 다정했다.


자동문이 열리고

선배가 다섯 걸음쯤 나아가며 말했다.


“맡아 봐, 지금.”


바람을 타고 향기가 나에게도 전해졌다.


“자, 이제 어떤 나무인지 찾아봐.”


그 순간이 참 동화 같았다.

회사는 회색빛 공간이었지만,

잠깐의 향기가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나는 천리향 나무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며 향기를 맡았다.

그동안 몰라서 지나쳤을 향기였는데,

앞으로 알아볼 수 있음이 고마웠다.


출퇴근길이 한층 풍성해질 것 같았다.

가을 끝자락,

다시 천리향을 만나면

오늘의 이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회사에 이런 단비 같은 선배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나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천리향 같은 향기가 나는 누군가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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