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태국에 다녀왔다.
물가가 꽤 올라 놀랐지만
진짜 놀란 건 따로 있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양옆에서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왔다.
툭툭이도, 차도, 사람도
각자 갈 길을 가는 듯 보였다.
조금의 긴장을 놓치면 바로 사고가 날 듯이
양옆으로 무언가 자꾸 끼어들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인데,
정작 사고는 좀처럼 나지 않는다.
놀라웠다.
운전대 잡은 기사님의 얼굴은 평온했다.
당황도, 분노도 없이 차분했다.
흥얼거리며 노래까지 따라 부르신다.
‘여긴 베스트 드라이버밖에 없나 봐‘
진심으로 감탄이 나왔다.
여기선 이게 일상이고,
그 일상 속에서
운전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운 것이다.
기사님의 레이더는
양옆으로 더듬이처럼 뻗어 있었고,
매 순간 주변을 읽고 반응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동시에,
한국에서의 내가 떠올랐다.
차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들기만 해도
기분이 상하고,
놀라했던 나.
부끄러웠다.
나의 기준으로 상대의 차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었다.
태국에선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상황도
매일 벌어지는데,
나는 훨씬 수월한 환경 속에서도
참 쉽게 흔들렸다.
편한 세상에 있었던 거구나.
그 후로 운전할 때마다
그때를 떠올린다.
‘이 정도쯤이야.’
마음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칼 융이 말했듯,
“세상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로 보인다.”
그래서 요즘은
운전할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
행복한 하루,
그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