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오래 듣다 보니,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젊은 사람일수록 대답이 짧고,
나이 든 사람일수록 말이 길다.
묻지 않은 얘기까지 덧붙인다.
“내가 학창 시절엔 말이지…”
“내가 대학생 때는…”
회식 자리에서도 과장님이나 연세 있는 분들이
상대가 경청하지 않아도
자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비율이 80%쯤 되는 걸 느꼈다.
왜 그럴까?
말이 많아지는 이유
1. 생각의 재료가 고정된다.
오래된 사고방식,
자기 경험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내가 살아보니까 말이지…’
이 말이 습관처럼 튀어나온다.
2. 인지 유연성의 감소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익숙한 것만을 추구하게 된다.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면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줄어든다.
3. 방어기제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면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 부정되는 느낌일 수 있다.
그래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4. 통제 욕구의 증가
나이가 들수록
건강, 일, 자녀 관계에서 상실감을 경험한다.
그에 대한 보상 심리로
말이나 주장으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향이 생긴다.
⸻
나이 탓이라기보다는,
삶을 오래 살아온 사람의 무게,
그리고 점점 줄어드는 역할에 대한 아쉬움 때문 아닐까.
상대는 바뀌지 않을 수 있지만,
그 관계 안에서의 태도는 내가 정할 수 있다.
말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대신,
내가 지치지 않기 위한 기준을 세워보자.
듣되, 맞서지 말고
인정하되, 휘둘리지 말고
흘려보내되, 마음만은 단단하게
⸻
그 사람의 말속에 숨어 있는 마음을
처음으로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 대화가 계속되면
어느 순간, 마음이 멀어진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독서를 통해
굳어가는 생각들을 유연하게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대의 경험과 말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운다.
“독서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다.”
-마거릿 풀러
독서는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기르는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도구다.
내 말도,
누군가에게는 고집일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듣고,
덜 말하려 한다.
나이 들어도
유연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